혼자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점점 불안해진다
여행 첫날 가장 자신 있어 하던 부분이 나에게 난관으로 부딪쳤다.
혼자 지낸지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무엇이든 혼자 잘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들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의 출발 전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큰 이슈들 중 하나는 내가 혼자 떠난다는 것이었다. 특히 어른들께서는 "에고 누가 같이 가면 좋을 것을.." 이라며 염려 섞인, 단순 여행에 대한 염려뿐 아닌 내 삶 전반에 대한 걱정을 섞어 말씀하시곤 했다. 이번 여행 일정은 웬만한 사람은 소화하기 힘들기에 혼자 간다고, 나중에 더 좋은 데 갈 때는 누구든 구해서 데리고 가겠다며 그 감사한 염려들을 슬쩍 넘겼다. 핑계가 섞이기는 했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워낙 체력에 자신이 있고, 자신 있는 것만큼이나 나의 바닥을 시험해 보기 좋아한다. 그래서 이렇게 몸하나 믿고 떠나는 여행의 경우는 누구도 같이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떠나는 데 거리낌이 없으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첫날 저녁 난 멘붕에 빠졌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와 긴장을 풀며 이제 저녁을 먹어야겠다 하는데 난감해졌다.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망막함. 혼자 동네도 아닌 라스베가스까지 가서도 쇼도 보고 호텔 뷔페도 먹으며 못할 것 없이 다하는 내가 갑자기 저녁식사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고, 내가 당황그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멘붕에 빠지는, 혼란의 쳇바퀴 속에 갇혀버린 듯 싶었다. 낯선 도시여서 그런 걸까?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허기를 참을 만큼은 아니었지 싶다. 끼니를 찾아 나섰으니까.
결국 만만한 것이 차이니스 음식 같아 가까운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시간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흐릿한 하늘에 시끄럽고 정신없는 거리, 같은 아시아인인데도 왠지 미국 사람들보다 더 생소하게 느껴지는 그들 속에서 혼란만 가중되었다. 결국 몇 바퀴를 돌면서도 뭘 먹어야 할지, 어느 식당으로 들어가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다가 간신히 평소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것 하나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호스텔로 돌아와 탁자에 올려놓고 음식을 뜨는데, 문득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몇 달 전 어머니께서 잠깐 미국에 다녀가셨다. 그때 한국에 계신 아버지께서 연락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매일 밤마다 TV 채널 때문에 싸우기는 해도 혼자 편히 보고 싶은 것 보는 것보다 싸우면서라도 같이 보는 게 좋다며 빨리 돌아오라고. 이 이야기가 생각나는 것 보면, 내가 혼자가 편하다고 해도 그 편한 것이 함께 하는 불편함이 주는 재미를 넘지는 못하나 보다 싶었다. 동행하는 누군가가 뒤쳐져 지쳐하면 끌어주고 빨리 오라고 재촉하면서도 함께 하는 재미가 있겠지 싶다. 누군가가 있었다면 뭘 먹을지 서로 다투더라도, 혹 반대로 서로 너 먹고 싶은 거 먹자며 짐을 미룰지라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지는 않았을 텐데.
다음번 여행에서는 경험해 볼 수 있을까? 아무튼 식사는 바로 다음 끼니부터 아무 문제없이 적응해서 혼자 잘 해결한다. 사실 그것 또한 덜컥 겁이 났다. 혼자 하는 것들에 모두 쉽게 적응해 버리는, 불편함도 어색함이나 어려움도 전혀 없어져가는 내 모습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혼자라는 것이 좀 어렵고 힘들었드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렇다고 함께 할 사람이 생길지 안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 것에 너무 익숙해져 버리는 것이, 변화 없이 삶의 방식이 점점 간단해지는 것이 괜히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