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을 담을 수 있는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
Ferry를 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페리를 타는 곳으로 가는 길, 오래간 만에 도심 높은 빌딩 숲을 걷다 보니 어느새 주위의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내가 있다. 참 오래간만에 보게 되는 풍경이다. 내가 그리워했던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이 곳에 선 후에야 깨달았다. 북적거리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라서 뉴욕에서 미국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나에게 이러한 광경은 마치 고향에 온 느낌과 같다. 게다가 지금은 한적한 (그나마 미국에서는 평균 이상으로 복잡하지만)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나도 모르게 그리워하고 있었던 느낌임이 틀림없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을 느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으니까.
사진을 찍어야겠다 싶었다. 전화기를 들고 액정을 통해 조금 전 내 눈으로 바라보던 광경을 전해 보는 순간 다신 전화기를 내려놓고 말았다. 그냥 높은 빌딩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광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막상 나 자신은 그 광경 속에 취해 감격해 있으면서 말이다.
흔히들 어떠한 카메라 렌즈도 사람의 망막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단지 인간의 망막이 몇 메가픽셀인가 하는 수치적인 문제 그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탁한 도심의 공기,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뭉쳐진 웅성임, 좁은 빌딩 사이를 통과느라 격해진 바람 등 아무리 카메라 화질이 좋아진다 해도 담지 못 할, 시각 이상의 정말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이 그곳에는 있었다.
물론 여행을 다니며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사진들을 찍었다. 하지만 정말 좋다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좋은 각도의 사진보다는 조금 더 그 순간을 느끼고, 그 느낌을 내 안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깨달음을 여행 초기에 느꼈기에 다행이었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지금도 바로 이 순간이 때때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빌딩 숲, 수많은 사람들, 그 공기와 소리들 한가운데 서 있는 내가 느껴진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 순간의 사진 한장은 남겨둘 것을 하며 아쉬워하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시각이 차지하는 비율을 무시할 수는 없나 보다. 아무튼 한 장쯤은 그냥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부리지 않아도 될 내가 소유한 모든 감각에 대한 자존심이었을까? 참 유난이었지 싶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는 무언가가 발명될까? 그전까지는 아쉽지만 사진으로, 그리고 그 나머지 대부분을 내 안에 담는 수 밖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