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은 것

그냥 해보고 싶었다. 그것만큼이나 큰 이유가 있을까?

by Jake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금문교를 직접 걸어서 건너 보는 것이다. 그게 왜 그토록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말 그대로 “그냥”이다. 무언가를 하기에 참 부족한 동기다 싶기도 하지만 이만큼 막무가내인 동기도 없다. “그냥” 하고 싶기에 “그냥” 한다. 내가 엊그제 집을 나와 여행을 떠나 온 것처럼.


처음 생각은 피어 39에서 배를 타고 소살리토라는 곳으로 가서 걸어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길에 금문교가 있다. 하지만 다들 만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한 코스를 원한다면 보통 자전거를 빌려서 한다고들 했다. 그러나 자전거 빌리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나는 소살리토를 포기하고 그냥 걸어서 건너갔다가 걸어서 건너오는 코스로 선택했다.


버스를 타고 금문교 앞에 내려서니 가벼운 흥분이 발걸음에 힘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내 상상해 왔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에 기분이 처졌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세계적인 관광지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다리 끝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나 많지 나처럼 직접 건너는 사람들이 많을 줄을 생각지 못했다. 이것도 이기적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꿈, 혹은 목표를 가지고선 남들이 못 해 본 나만의 경험을 가지고 싶은 생각이 있나 보다. 그러려면 생각이 좀 특별해야 했었겠지만 불행히도 내 생각의 범위는 남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나 보다. 그래도 어찌 생각해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본 일인데 나만 못해 봤으면 좀 억울했겠다 싶어 다행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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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오가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섞여 조금은 복잡했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구나 하며 걷던 중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한 남자가 홀로 맨발로 조깅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집 주변은 맨발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때때로 볼 수 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갑자기 내 앞에 멈춰서 특별한 부탁을 했다. 아마도 나 또한 혼자였기에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었을까? 내 전화기로 자기 사진을 찍어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이건 뭐지? 이 부탁을 들어줘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나도 모르게 포즈를 취하는 그 남자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선 바로 그 자리에서 불러주는 이메일로 사진을 전송해 주었다. 순식간에 모든 일이 끝나고 그 남자는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남긴 채 가던 길로 계속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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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벙벙했지만 모든 사건의 전말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그 사람에게 사진을 보내느라 사용했던 구글 이메일을 우연히 보다가 발견한 낯선 이메일 하나. 이렇게 쓰여있었다.

It's an amazing picture Jake! Thanks so much for being so kind to a stranger! If by any chance you go some day to Argentina let me know.

Best

Lucas

그 남자 이름이 Lucas이고 아르헨티나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 짐작이기는 하지만 아마 그도 관광객이었겠다 싶다. 그리고 그 사람, Lucas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금문교에서 조깅하기, 그것도 맨발로 조깅하기였겠다 싶다. 구두를 신고 있다가 불편해서 벗은 것은 아니었을 듯싶다. Lucas의 복장은 그렇게 불편했을 것 같은 복장이 전혀 아니었다. 이미 작정을 하고 왔든지, 아님 갑자기 그러고 싶었든지 모르겠지만 그는 맨발로 금문교를 달리고 싶었을 듯싶다.


그제야 그 날 금문교를 건너던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자전거든, 걸어서든, 아니면 Lucas처럼 맨발로 뛰어서든,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괜한 동질감이 생긴다. 당시에는 그저 시야를 가리고 사진 앵글에 끼어들며 진로를 막는 장애물들 같았는데. 다들 지금은 금문교를 건넌 추억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겠지. 그때 찍은 사진들, 서로의 귀퉁이에 자신도 모르게 끼어든 그 사진들을 한 번씩 꺼내 보며.


Lucas는 지금 어디서 어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