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_1

가져 보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없어 보기 전에도 마찬가지다.

by Jake

누구나 여행할 때 꼭 필요한 것들만 가져가라고들 이야기한다. 나 또한 그러고자 했다. 가방을 들고 얼마나 걸어 다닐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방 무게를 줄여야만 했다. 짐을 챙기다 보니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것저것 필요하다고 꺼내는 놓아 보았지만 결국 가방이 작아 많은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했다. 내 가방은 여행용이라기보다는 일상용이었다. 모름지기 여행이라면 등에 지고 있는 것이 배낭이라 불려야 어울릴 터인데 내 가방은 말 그대로 그냥 가방이었다. 그래도 한 달여를 돌아다니는 여행인데 학교 다닐 때 들고 다니던 백팩 하나 메고 떠난다는 것이 너무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 가방이 상당히 크다고 믿어왔던 착각과 출발 직전에서야 이것저것 짐을 챙기기 시작한 게으름의 합작이 내 여행을 간소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떠나기 전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했던 작은 가방과의 여행에서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정말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인지 짐을 빼놓으며 마음도 함께 내려놓았기에 미쳐 느끼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과연 좀 더 큰 가방을 준비했다면 어떠했을까? 일단은 처음 내가 꺼내 놓았던 짐들을 다 넣을 수 있었을 테다. 그랬다면 여행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편안함이 있었을까? 여행이 좀 더 풍요로웠을까? 가져가 보지 못했으니 짐작해 보기도 힘들다. 그나마 짐작해 볼 만한 것은 무거워진 가방 덕분에 여정의 많은 부분들을 포기했겠지 싶다는 것이다. 작다고 했던, 별로 들은 것이 없다 했던 그 가방마저도 그냥 던져 버리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이었으니까, 그 덕에 발걸음이 돌이켜진 적도 심심치 않게 있었으니까.


떠나기 전에 포기할지, 아니면 떠난 후에 포기할지 무엇을 포기할지는 나의 몫이다. 우리 각자에게 포기 못할 중요한 것들은 다 다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