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여행지

꼭 누군가가 봤던 것만을 볼 필요는 없다

by Jake

처음 떠나는 장거리 여행이라서 어떻게 계획을 짜야하는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그저 최소한으로 교통수단과 잠자리만을 예약해 놓고 떠났다. 그나마 미대륙 횡단 여행 중 서부까지 만이다. 일단 출발하고서 미국 중부와 남부 그리고 동부 계획을 짜기로 했다. 가고 싶은 도시들만 거의 정해진 채 그 도시들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아니 막막함도 없었다. 사실 그냥 가고 싶은 도시들을 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기에 아무 생각 없었다. 첫 여행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당혹감은 그래서 더 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발걸음이 떼어지기 시작하자 이 또한 여행의 한 방식이면 방식이겠다 싶었다. 기대했던 것 보다 더 볼만한 것들을 만나는 소소한 재미들이 있었으니까.


샌프란시스코 하면 역시나 Goden Gate Bridge 금문교다. 나 역시 금문교에 가서 오랫동안 바라 왔던 대로 내 발로 직접 그 다리를 건넜지만, 지금 돌아보면 금문교 사진보다는 첫날 우연히 만났던 한 다리에 더 많은 애착이 간다. 나만의 기억이 더해졌기 때문이겠지 싶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자마자 Sanfrancisco Giant의 홈구장인 AT&T Park로 무작정 걸어갔다. 이유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데 버스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유명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보면 좋아했겠다 하며 한 바퀴를 돌고 강 같은 바닷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역시나 어디로 갈지 정해진 계획은 없었고, 남쪽보다는 북쪽으로 가는 것이 시내 방향이기에 그렇게 무작정 걸었다.

그러던 중 날은 밝아왔고 조깅하는 사람들과 출근길의 사람들을 만났다. 비록 내가 그려 온 빌딩 숲은 아니었지만 한쪽은 그렇게 상상해 왔던 빌딩 숲, 다른 한쪽은 바다, 그리고 덤으로 시원한 바닷바람까지. 오히려 내 상상 이상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렇게 걷다가 만난 다리. 각도가 좋아서 일까? 다리 아래쪽 비스듬한 각도에서 올려다보는 다리 풍경은 언제나 성공인 것 같다. 잘 찍힌 사진들만 봐온 폐해 인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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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가 유명한 이유는 샌프란시스코가 함께 가지고 있는 그 다리에 대한 추억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가 바라보며 춘천댐보다 못하다고 혹평을 날린 Hoover Dam이 미국과 함께 가지고 있는 이야기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듯이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 다리는 나와 공유하는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 더 소중한 여행지로 남는다. 여행 출발 후 처음 만난 멋진 장면, 덕분에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던 나에게 자신감을 주는 순간, 게다가 추위에 덜덜 떨다가 슬슬 날도 풀리고 어느 정도 걸어 몸에 열이 올라 이제 살만하다 싶었던 안심 등, 많은 감정들이 이 다리, 바로 이 장면에 녹아있다.


유명한 곳들이 참 많다. 가보고 싶은 곳들이 참 많다. 그러한 곳들을 동경하다 우리는 드디어 떠난다. 이것은 여행의 중요한 목적들 중 하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여행의 결론으로 마무리된다면 너무 아쉽다. 목적지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그 여정까지도 즐기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여행이 더 풍성해질 수 있지 않을까? 떠난 것 만으로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으니까.


다시 한번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게 된다면 과연 이곳에 가 볼 일이 있을까? 혼자라면 가능하겠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한참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가서도 열심히 그 상황을 설명해야하지 않을까? 아무리 말로 해도 이해되지 않을 그때 그 감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