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이었던 고등학교 시절, 1970년대 초반, 당시는 어른 흉내 내는 친구들은 그러하지 못한 친구들보다 성숙하며 우월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일부 학생들은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러한 소영웅주의에 도취하였던 학생 중의 하나였다.
당시의 불량 학생이 자랑스레 하던 어른 흉내 내기가 담배 피우기와 술 마시기였다.
나도 그러한 불량 학생이 하던 일을 자랑스레 하였다.
그릇된 객기에 의하여 배운 담배와 술이 나의 고질적인 습관이 될 줄은 당시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였다.
이중 담배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려 한다.
학생 때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는 직장 생활 때까지 자연스레 연장되었다.
신입사원 시절, 당시 1980년대 초에는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었으며, 심지어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도 담배 피우기가 허용되었던 시절이었다.
신입사원 시절은 많은 업무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많은 스트레스가 쌓이던 시절이었다. 이 시절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용이하고 효과적이었던 담배에 대한 나의 사랑은 지극했다.
나의 흡연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평상시엔 매일 1갑 반 이상, 술자리가 있는 날에는 2~3갑을 피워댔다.
당시엔 모든 장소가 흡연 장소였기에 흡연자에게는 지상 천국이었던 시절이었다.
열 받치면 한 대, 서러울 때 한 대, 기쁠 때 한 대, 바쁠 때 한 대, 심심하면 한대.
이러한 흡연 습성은 결혼 후까지 이어져 갔다.
서울 시청 옆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연이 심한 지역 중 하나가 서울시청 근방이었다.
또한 당시엔 전두환 독재 타도를 외치는 시민들의 데모가 한창이었으며, 이 데모의 중심지가 또한 시청 앞이었다.
데모를 진압하는 데 사용하는 최루탄이 길거리에 난무했다.
극심한 매연과 지독하게 맵고 자극적인 최루탄의 연기가 사무실에 들어오는 와중에도 나는 끈질기게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워댔다.
결국 나의 건강에 이상이 왔다.
목에서 계속적으로 가래가 나오니 사무실의 나의 책상 옆의 휴지통에다 나는 가래를 연신 뱉어댔다.
이와 같은 증상은 나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흡연을 즐기는 직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 별 부끄러움은 없었다.
문제는 가끔 가래에 빨간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었다.
겁먹은 나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나이가 지긋하고 머리숱이 적은 의사 선생님이 나의 증세를 듣고서 플래시(flash)로 비추어 내 목 상태를 살펴본 후, “젊은이, 병을 고치려면 매연이 가득한 여기를 떠나서 바닷가나 산속의 공기 좋은 곳에 가서 한 1~2년 지내다 보면 다 나아.”한다.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박사님, 저는 월급쟁이인데 1~2년 그런 곳에 가 있으면 저와 식구들은 어떻게 살아갑니까?”하고 원망스럽게 이야기했다.
의사 선생님은 씩 웃더니, “그럼 담배 끊어!” 하였다.
의사 한마디에 금연이 된다면 담배가 사회문제 될 리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의사의 경고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워댔다.
하루는 사무실 직원들과 밤늦도록 담배를 피우면서 술을 마신 후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에 집에 들어갔다.
아내와 돌이 갓 지난 큰딸이 안방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몰래 들어가 딸 곁에 살며시 누워 볼에 뽀뽀하니 나에게 안겨 온다.
딸을 안고서 잠을 청한다.
이때 목을 통하여 맛있게 먹었던 술과 음식이 넘어온다.
급히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를 부둥켜안고 웩웩거리며 다 토해낸다.
음식을 다 토했다고 생각하고 변기의 물을 내리고 화장실에 나오려는 순간에 또 무언가 목을 통하여 나오는 것이 있다.
그것을 다리와 허리를 굽혀서 변기에 토해내기가 부담스러워 옆에 있는 세면기에 고개를 숙여 토하니 하얀 세면기에 선홍색 피가 착 달라붙는다.
수돗물이 선홍색 피를 하수구로 보내는 모습을 본 후 안방으로 발을 돌린다.
“아! 나는 이제 죽을병이 걸렸나 보다.” 두려움에 싸여 방에 들어오니, 보름달이 3개가 떠 있다.
더워서 열어둔 창문 너머에 휘영청 밝은 보름달 하나, 침대에는 산후의 살이 빠지지 않아 둥글고 복스러운 아내의 얼굴 보름달, 그 옆에는 젖살이 오동통 찐 조그만 딸 얼굴의 보름달.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서 3개의 보름달을 보면서 목에서 비릿함을 느낀다.
‘아~,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면 아내는 새 시집을 가겠지. 당연히 가야지, 이렇게 젊고 예쁜데…….’ ‘앗 그럼 내 예쁜 딸은 어떻게 되지? 새아빠가 성질 더러운 놈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든다. ‘이렇게 예쁘고 소중한 내 새끼를 성질 더러운 놈 밑에서 크게 할 수는 없잖아.’
다음날부터 습관적으로 끈질기게 피워댔던 담배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