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by 최용주


친구들아!

추석이다.

즐겁고 보람찬 추석을 보내라.

너희들과 교정에서 만난 지가 50년이 되었구나. 반세기 동안의 만남이다.

이제는 우리의 1년이 예전 젊었을 때의 1년과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짧게만 느껴지는구나.

젊은 시절, 특히 너희들과의 고교시절의 1년은 엄청 길게 느껴졌던 세월이었는데……

하지만 아무리 짧게 느껴지고 있는 세월이지만 보람차고 즐겁게 보내면서 그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산책하러 나가는 길에 집 앞에 있는 학교에 가는 중고생들을 많이 마주치는데, 우리의 시절에 누리지 못했던 풍요를 누리면서 공부하며 자라는 그들을 보면 무척 부러워.

한창 자랄 때 영양공급이 충분하게 이루어져서인지 그들은 우리 학창 시절의 우리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것처럼 크다.

메고 다니는 가방, 입고 있는 의복, 신고 있는 신발, 등하교 시 타고 다니는 자전거 등, 우리가 누렸던 물질적 혜택보다 훨씬 풍요로운 혜택을 받으면서 자라는 그들을 보면 약간은 억울한 생각이 들고 나도 이런 풍요로운 혜택을 받고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운 생각이 들어.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들의 세계로 들어가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면 나는 어떠한 선택을 할까?

결론은 싫다는 거야.

지금의 학생들이 누리는 풍요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여 이룩할 나의 세계가 내가 이룩한 현재의 세계보다 더 나을 것이란 보장도 없으니, 나는 그렇게 하기는 싫어.

나의 어려웠고 고민이 많았던 시절을 이겨내면서 이룩한 나의 가정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포함한 모든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소중하여, 그러한 것들을 포기하면서 그들의 세계로 가기는 싫어.

나에게 주어진 많은 어려움과 갈등을 겪으면서 이룩한 현재의 나를 지키면서 살다가 저세상에 가는 것이 나에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어.

따라서 나에게 주어진, 또한 주어질 세월을 더욱더 고맙게 생각하고 주어진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이 나에게 주신 선물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아!

‘어린 시절 우리들이 만나서 50년 동안 지속해서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며 지내게 된 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란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동안 나에게 많은 사랑과 배려를 베풀어 준 너희들에게 진심 고마움을 표한다. 앞으로도 내가 부족하고 섭섭한 행동을 해도 지금과 같이 많은 사랑과 배려를 해주기를 바란다. 나도 많이 노력할게.

너희들의 가정에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도하면서 이만 끝낸다.

2021년 추석 아침에 용주가 서재에서 석염회 친구들에게 이 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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