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습관적으로 왓챠 평을 보는 나는 이동진의 한줄 평을 그렇게 좋아했다. 휴학을 하고 여유로울 때는 늘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를 들었다. 거기서 알게된 이중혁, 이다혜 작가도 좋아하게 되었고 유튜브 '영화당', 이동진 블로그 구독 그리고 실물영접(!) 이동진 GV까지. 써놓으니 거의 뭐 덕질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이동진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소개하는 이동진은 '희한한 사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러 썰(?)들이 떠오른다. 워낙 다작을 하기로 유명해서 트위터에선 그가 신간을 낼 때마다 음모론(?) 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사실 한 사람이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회사가 있는 건 아닐까' 등등 재미있는 트윗들이 넘친다.
내가 생각하는 이동진도 그런 부류이다. 언제나 글을 쓰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 그런데 책을 읽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 이동진의 책사랑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책을 낸 것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그가 낸 책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책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덕후의 본능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한탄했다. '아 이 책을 방학때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을 좋아하지만 읽지는 않는(그런 사람있잖아요) 나에게 이 책은 '찰떡'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다. 마침 태블릿을 구입한 나는 틈틈히 E-BOOK을 읽는 습관을 기르기 시작했다. 평소였으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을 시간에 바로바로 책을 읽게 되었고 꽤 큰 도움이 되었다. 각 잡고 책을 읽지 못해 늘 자책하는 나에게 좋은 습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책에 대한 죄책감을 덜게 되었다. 흥미가 금방 떨어져도 '완독해야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영양가 없는 의무감이 정말 필요없다고 깨달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도 그렇듯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책을 읽고 난 후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 '부럽다'고 생각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쓰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토록 진솔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이동진이 대단하고 부러웠다. 좋아하는 걸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1부는 책에 대한 이동진의 이야기, 2부는 이동진과 이다혜의 책 이야기, 3부는 이동진이 추천하는 책 500권.
워낙 영상과 소리를 통해 자주 접한 탓이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동진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책을 읽고 나서 이동진에게 건내받은 에너지로 책사랑이 뿜뿜! 책 이야기하는 척(?) 하면서 진솔하게 들려주는 이동진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역시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기 바로 전 이다혜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에서도 반가운 이다혜 작가를 만났다. 2부를 읽을 때는 거의 '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듣는 줄 알았다.
이동진이 추천하는 도서 목록을 보며 내가 읽은 책이 얼마나 있을까 쓱 훑어보았다. 그리고 좌절했다. 내가 영화 쪽에서 일하게 된다면 꼭 이동진을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열심히 보고 읽어야지.
책과의 대화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에서 발췌
그러나 홀로 된 채 책을 읽고 쓰는 타인들이 느슨하게 서로 연결될 때, 그 끈은 세상의 다른 범주들과 달리 억압하지 않습니다. 그 작은 평화 속에 위엄이 있고 위안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연대를 꿈꿉니다.
오늘날 많은 문화 향유자들의 특징은 허영심이 없다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각자 본인의 취향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외 다른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배타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주체적이기도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고도 할 수 있겠죠.
-찔렸던 문장. 나는 내 취향이 아닌 다른 문화 콘텐츠들에 무관심했다. 영화를 이야기 하자면, 내 취향이 아닌 영화를 찾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취향이 아닌 영화를 감상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취향이 아니라고 꼭 내게 나쁜 영화는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리뷰를 쓸 때 좋아하는 영화보다는 그렇지 않은 영화가 생각할 시간이 훨씬 많이 필요했다. '왜 이 영화가 싫었는지', '어떤 지점이 부족했는지', '좋아하는 영화와 어떻게 달랐는지'에 대해 생각했고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어떤 책들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엇이 결여되었다고 느끼는지를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런 책들을 주로 읽는 사람들은, 책이라는 것을 돈이든 성격이든 관계든 삶에서 뭔가를 급하게 허겁지겁 욕망할 때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렇게 책을 읽는다고 삶의 문제들이 즉각적으로 해결될 리가 없습니다.
요새 한창 유행하는 요상한 책들이 떠올랐다.
'김용크, 아무것도 안하지만 괜찮아'
... 이게 뭔가. 1인 출판, 독립 출판이 붐을 일고 있는 요즘 베스트셀러들은 신기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법, 세상을 대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기억하기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닙니다.
책 읽기에 있어 '가성비'를 따지지말자.
탐색의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아직까지 그에게 미지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 된다. 그간 쌓아둔 것들을 적당히 허물어가며 처신하기를 선택하지 않기. 길이 난 곳을 따라가지 않기. 돌아보며 그곳에 머물기를 욕망하지 않기. 모든 부분이 전체가 되고, 전체가 부분이 될 때까지의 책 읽기. 그리하여 책이, 이동진을 좋아한다. (이다혜)
책과 이동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이다혜 작가. 짧은 글임에도 애정이 담뿍 묻어있다.
초반에는 좋은 책을 ‘골라 읽기’가 필요하죠. 그다음에, 비판을 하려고 하지 말고 요약을 하려고 하라는 거예요. 요약을 한다는 것은 그 책의 핵심을 간추린다는 얘기거든요. 그리고 구조를 파악한다는 얘기예요.
이 이야기를 영화에 적용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여러 사람의 평을 읽었는데 요즘에는 영화를 보고 나서 무조건 메모장을 킨다. 당장 떠오르는 단어와 생각을 마구잡이로라도 적어놓으려고 한다. 리뷰를 쓸 때도 줄거리 요약은 최대한 내가 스스로 하려고 노력한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피해왔던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어쨌든 글쓰기도 '훈련'이라면 기꺼이 노력하기로 했다.
어떤 것에 대해 단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하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꿰뚫고 있어야 하고, 또 한 가지는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그래 맞아, 힘내서 까야지(?)
<빨간책방> 이라는 프로그램 제안이 왔고, 그 안에서 내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이에요.
깜짝 놀랐다. 자기 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 같다.
왜 이런 말이 있잖아요. 행복은 강도가 아니고 빈도라고.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에요. 저는 쾌락은 일회적이라고, 행복은 반복이라고 생각해요. 쾌락은 크고 강렬한 것, 행복은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 있는 일들이라고. 그런데 패턴화되어 있는, 습관화된 부분이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그 인생은 너무 행복한 거죠.
그동안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었는데 이 구절이 답이 되었다. 물론 이동진, 이다혜 작가 둘은 여행을 좋아하지만ㅎㅎ 내게도 '큰 변화 없는 일상'은 행복인 것 같다. 일상에서 가끔 영화를 보고 맛있는 걸 먹고. 이참에 책도 내 일상에 껴주기로 한다. 잠깐의 쾌락이 아닌 내 일상의 행복이 되어주렴.
선생님이 “5교시에는 동진이 얘기 듣자” 그러면 제가 40분 동안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역시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같이 읽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특히 '책을 굳이 왜 읽지?'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이동진과 이다혜의 못말리는 책사랑이 처음엔 부담스럽다가도 '아니. 이렇게 극찬하는 책읽기가 도대체 뭐길래?'하며 괜히 '예스24'를 뒤적이고 싶어질 것이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113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