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애니메이션 영화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보다 늑대아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가 더 섬세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앗다.
호소다 마모루의 명작 ‘늑대아이’(2012) 속 주인공 여대생 하나는 일찍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늑대 인간이 사고로 죽지만, 사랑스러운 아들인 아메와 딸인 유키를 사랑으로 길러내는 것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하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밝은 웃음으로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한강 작가의 ‘서랍 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을 때도 비슷한 결의 시를 읽은 기억이 있다. 막 낳은 아들아이가 매일 울 때마다 ‘왜 그래?’하면서 눈물로 아이를 달랬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했을 때 비로소 아이의 울음이 그쳤다고 한다.
한국 사회, 특히 지금 청소년, 청년들에게 필요한 말은 ‘저 아이들, 청년들은 왜 그럴까?’가 아니라 ‘괜찮다. 다 그럴 수 있다. 진짜 다 괜찮다. 정말 괜찮다.’이다.
이전에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재진의 칼럼을 읽다가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이 선생이 야스퍼거(자폐스펙트럼) 환자들을 상담할 때마다 힘든 부분이 있다는 것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들은 보통 공감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필요한 말만 딱 물어보고 약 처방만 받은 뒤 뒤도 안 돌아보고 훌쩍 떠나버린다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라고 하더라도 이런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심적으로 지친다는 내용을 솔직하게 적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내용은 이 교수가 그럴 때마다 가진 마음을 쓴 것이다.
- 이재진 브런치 발췌 -
“그러니, “자비”가 있어야 한다.
괜찮다. 너에게 필요한 팁을 줄 테니 만족스러우면 갖고 가라. 두세 달 지나서 어느 날 답답하거나 궁금한 문제가 생기면 불쑥 나타나서 또 질문하겠지. 그러면 그때도 잘 알려주겠다. 그러면 또 ‘아 그렇구나’하고 훌쩍 떠나가라. 괜찮다. 나는 이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며, 너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 좋다. “
내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진짜 다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고, 낙오되어도 괜찮다. 취업 못해도 괜찮고, 돈 안 벌어도 괜찮고, 결혼 안 해도 괜찮다. 인생 쥐뿔도 뭐 없다. 하루하루 그냥 하고 싶은 것 중에 잘할 수 있는 것 하면서 성실히 살면 된다. 다 잘될 것이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