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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나루토, 전태일, 이태석 그리고 알파메일 담론

by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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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해괴한 문화 담론 중에 하나가 소위 말하는 '알파메일(알파피메일)'담론이다. 이 담론의 장에서 이야기하는 알파메일이 도대체 무엇일까? 남자라면 키는 180이 넘어야 하고, 전문직 혹은 대기업에 다녀야 하고, 패션 센스도 좋아야 한다. 얼굴은 잘생기거나 훈훈해야 하고, 성격은 너무 모나지 않아야 한다. 자기 관리를 하면 좋은데 너무 헬창이면 부담스러우니까 적당히 근육도 있어야 한다. 인문학에 조예가 없으면 너무 없어 보이니까 어느 정도 예술도 알아야 하고, 미술관도 다닐 줄 알아야 한다. 부모 노후는 보장되어 있어야 하고, 서울에 자가가 있어야 한다. 알파 피메일 담론도 성별과 상황만 조금 바꾸면 똑같다.


2020년대에 들어서 괴이한 진화사회론이라는 학문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이야기했던 진화론에 대한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분명 '종의 기원'에서 다윈은 상생을 이야기했다. 다윈의 경건한 생각에 기생충들이 들어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상남자, 하남자' 담론도 동의하기 어렵다. 남자면 같은 남자지, 상남자는 무엇이고, 하남자는 무엇이란 말인가.


고전 문학에 관하여 콧대 높은 사람들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를 극찬한다. 근데, 내가 이 사람들 책을 읽었을 때 느낀 것은 상당히 지루하다는 것이다. 러시아 특유의 만연체는 강렬한 주제의식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반면, 키시모토 마사시가 연출한 애니메이션 '나루토'는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잘 녹아냈다고 생각한다. 평생 고아로 태어나, 저주를 안고 태어났고, 왕따를 당했지만 이 모든 역경을 사랑과 용기만으로 이겨내고 영웅이 되는 나루토의 이야기는 모든 독자를 설레게 만들곤 한다. 특히, 동생인 사스케를 위해 형인 이타치가 보여준 사랑과 헌신은 여느 고전 문학의 메시지보다 강렬했다. 1970년 11월 13일 공장 노동자 전태일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항의하다 고용노동부에서 탄압하려고 하자 분신자살로 노동자들의 삶의 실태를 세상에 알렸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성실히 공부하여 의사와 신부가 된 이태석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전쟁과 내전의 아픔에 있는 남수단으로 가서 톤즈의 아이들에게 사랑과 음악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그의 나이 47세에 암으로 불꽃같은 삶을 마무리했다.


알파메일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 세 남자가 누구보다 위대한 남자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잔뜩 있었지만

분명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

당신은 사라지지 않는 실루엣, 실루엣, 실루엣."

(나루토 질풍전 ost, kana-boon)


2000년 전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를 진 한 남자가 내게 알려준 이야기는 영원히 나의 마음속에 사라지지 않는 '실루엣'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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