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고 나서 제일 먼저 할 일은...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리고 부활신앙을 믿는 사람이다. 죽고 나면 내가 제일 먼저 만날 사람은 예수다. 그러면 나는 예수를 보자마자 명치에 어퍼컷 한대를 후릴 것이다. 신성모독 아니냐고? 아니다. 기독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믿는 자에 한해서 '아버지'라고 부르고 기도드린다. '뭐? 그러면 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패륜아잖아'
아니다. 일단 힘이 약한 내가 예수님 명치에 어퍼컷 날린다고 해서 크게 아파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자식에게 평생 고난을 준 부모에게 어퍼컷 한대 정도는 때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울면서 따질 것이다. 왜 별로 살고 싶지도 않은 삶을 살게 했냐고. 왜 수많은 목사들이 들었다고 하는 당신의 음성을 왜 내가 그토록 간절하게 기도했을 때 한 번을 들려주지 않았냐고. 왜 내가 교회에서 끔찍한 일들을 겪게 내버려 두었냐고. 왜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유태인들을 대학살 할 때 보고만 있었냐고. 왜 제주 4.3과 신천 대학살 때 당신은 지켜만 보고 있었냐고. 왜 2014년에 죄 없는 아이들이 바다에 가라앉는 것을 보고만 있었냐고. 왜 조선왕조, 일제 강점기 500년 동안 한 민족이었던 코리안들에게 분단의 상처를 주었냐고. 왜 이태원 참사, 제주 공항 참사, 천안함 사고, 연평도 사건이 일어났냐고. 왜 한국 사람들이 이토록 불행하냐고.
중세의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신의 저서 '신학대전' 3부를 집필하다 어떤 체험을 하고 도중에 절필한다. 그의 친구이자 비서였던 레지날드 페퍼 노는 왜 도중에 그만두었는지 물었고, 그 과정에서 그는 '내가 체험한 것에 비하면 내가 쓴 글은 지푸라기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가 쓴 신학대전은 현대 신학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뿌리 중에 하나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가 예수의 명치에 어퍼컷 때리고 난 뒤 그분께서는 어떻게 반응하실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하시겠지. 내가 가진 질문들에 대해서 따뜻하고 다정하게 설명해 주시겠지. 내가 미처 이 땅에서 다 이해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알려주시겠지.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따뜻하게 안아주시겠지.
가끔 답이 없는 문제들을 마주할 때면 마음이 너무 힘들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예수께 기도를 하는데, 이런 마음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답은 스스로 찾는 것이야, 용규야. 난 네가 그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신뢰한단다. 내가 십자가에서 보증하지 않았느냐. 나는 너를 죽기까지 사랑하고 신뢰한단다. 무슨 일이 있든 자식을 끝까지 믿는 게 부모란다. 그러니 항상 씩씩하게 살아가렴."
p.s. 사진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세 가족. 나치 홀로코스트도 이 세 가족의 사랑을 이기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