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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한국사회엔 어른이 없다.

by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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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에 들어와 놀란 것 중에 하나는 '용돈' 문화이다. 민법상 19세와 20세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성년자의 법적 구속력과 성인의 법적 구속력은 엄청나게 다르다. 20세든 80세든 똑같은 성인이라는 것이다.


근데, 대학에 들어와 주변을 살펴보면 다들 '용돈'을 받으면서 생활한다. 내가 교회에 다닐 때 네덜란드 친구들과 교류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들은 10대 때부터 경제적 독립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근데, 현재 대학생들은 분명 성인인데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 독립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무리 뛰어나고 부지런한 학생이어도 학기 중엔 과외랑 방학 중에 인턴을 돌아도 1,500만 원 이상을 벌기가 어렵다. 그리고 이것도 특정 대학 급간 이상의 학생들만 가능한 것이지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들은 최저시급을 받으며 알바를 해야 한다. 근데, 참 의아한 게 아이들은 교환학생을 가고, 자취를 하고, 등록금을 내고, 해외여행을 가고, 오마카세와 카페를 가는데 과외나 경제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저들은 어디서 돈이 나서 저렇게 사는 걸까? 공부를 너무 잘해서 장학금 받으면서 사는 건가. 근데 매일 술 마시던데... 참 궁금하다. 물론 나도 개인적인 지병 때문에 부모에게 달에 40만 원씩 용돈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의 고물가를 견디기에는 돈이 항상 부족하다.


군대에 있을 때에도 놀란 것 중에 하나는 부모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참 많다는 것이다. 사령실에서 당직 설 때마다 당직병인 나에게 마치 갓난아이를 찾듯이 민원 전화를 해대는 부모들을 볼 때면 자식들을 망치는 게 이들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20살이 되었을 때 경제적, 정서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 사회에서, 복지에서, 정치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매우 많은 부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인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다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속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몸 건강할 때 상하차든, 쿠팡이든, 배달알바든, 편의점 알바든 해봐야 한다. 그래야 100원 하나라도 소중한 것을 깨닫는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 사회에는 나이는 많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아이들만 가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p.s. 사진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 김태리의 편의점 알바 장면. 어떤 청년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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