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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토끼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201601253.jpg 귀여운 토끼.

당신은 토끼를 본 적이 있는가? 토끼는 상당히 귀여운 동물이다. 하지만, 고기가 귀하던 시절에는 사람들이 토끼를 수렵하곤 했다. 난 토끼 고기는 먹어 본 적 없고, 앞으로 먹을 생각은 없지만, 보릿고개 시절 귀여운 토끼마저 잡아먹어야 했던 코리안 근대 빈곤의 역사는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내가 예전에 토끼를 잡는 법에 대해서 한 중년의 남자에게 배운 적이 있다. 일단, 토끼는 절대 평지에서 못 잡는다. 이 녀석들은 뒷다리 근육이 너무 발달해서 우사인 볼트가 와도 토끼를 잡을 수 없다. 밀렵총으로 쏘아서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은 예민하고, 귀가 밝고, 행동이 민첩해서 조준(Aim) 맞추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토끼는 어떻게 잡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남자가 토끼는 언덕이나 높은 지형을 이용해야 잡을 수 있다고 하였다. 언덕의 밑에서 꼭대기까지 토끼를 몰이한다. 토끼는 역시 뒷다리가 발달해서 꼭대기까지 금방 도착한다. 하지만, 꼭대기에서 내리막길로 몰기 시작할 때 토끼는 무너진다. 앞다리 근육이 발달이 안되어서 내려가는 지형에서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탈길에서 토끼는 뒹굴뒹굴 굴다가 사람에게 잡히고 만다.


한국 사회에 토끼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도 그렇고. 위로 올라가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은 지나치게 근면하고, 성실한 국민성도 한몫했다. 근데, 우리는 내려가는 법을 잘 모른다. 등산을 하다 보면 올라가는 것도 어렵지만, 내려가는 게 훨씬 더 위험천만하다.


한국의 특색 있는 아티스트 악동뮤지션 이찬혁은 동생 이수현이 너무 극심한 슬럼프를 겪자, 아이유와 함께 '낙하'라는 곡을 만들어 대중가요 시장을 정면 돌파하였다. 세상에는 올라가는 법을 알려주는 법을 많은데, 내려가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구는 완벽하진 않지만, 구에 가깝다. 떨어져도, 계속 떨어지다 보면 지구 반대편에 도착하고 만다.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다른 여타 신들과는 다르게 별똥별처럼 이 땅에 떨어져 성모 마리아에 '성육신' 하셨다. 마치 하울이 케스퍼의 심장을 먹는 것처럼. 그리스도께서 하신 위대한 하강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저 태양 끝까지 올리게 만들어 주셨다. 대속(代贖). 자리를 바꾸셨다. 자신의 심장이 터질 때까지 목숨을 바쳐 인간인 당신을 행복하고 찬란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은 너무나도 존귀하고, 존엄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이다. 당신이 어떤 모습, 어떤 마음, 어떤 존재, 어떤 행위를 하든지에 상관없이. 심지어 당신이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말이다. 죄악은 참혹하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 죄악마저도 빛과 맑은 시냇물로 씻겨 버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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