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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내 피엔 조폭의 피가 흐른다.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201421943.jpg 나의 모친, 김명환.

순수혈통 엘리트주의 가부장제 끝판왕 강원동 평창 전주 이 씨 효령대군파 나의 친가 가문에는 엘리트들이 너무 많다. 국내 대형 건설사 사장, 대형 증권사 이사, 한화 그룹 본부장, 공기업 이사 등등. 가끔 친가 모임에 가면 너무 자기 잘난 것만 뽐내는 인간들만 많아서 명치에 어퍼컷 한대 후리고 싶다. 물론 상상으로만 한다. 근데, 사촌이라는 게 참 허무한 게 아버지의 수 차례의 사업 실패를 겪을 때 한 번을 안 도와주었다.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


반면, 내 외가는 갱스터 천지이다. 일단 내 모친 김명환의 인간 초월적인 성실함과 생명력은 그냥 미쳤다. 중학교 시절까지 배구선수로 활동했고, 달리기가 겁나 빠르다.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장 노동을 했다. 당신은 공장 노동을 해보거나 공장 노동자인 가족이 있는가? 미디어에서 다루어지는 것보다 그 인권 탄압 실태는 실로 끔찍하다. 내가 '친노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인이 된 뒤로 미용사를 하기도 했고, 회사 경리 일도 했다. 부친과 결혼한 뒤로는 전업 주부의 삶을 살았지만, 내가 중학교 때는 농심에서 공장 노동을 하기도 했다. 2008년 갑상선암과 2024년 스티브 잡스도 죽었던 췌장암에 걸렸지만, 의료파업에 지연된 의료시스템을 받았음에도 12차례의 항암을 다 이겨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호계 2동에서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안양 범계점 사장을 역임했는데, 7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14시간씩 독한 기름 앞에서 치킨을 튀겨 팔았다. 수많은 가정 폭력과 극심한 빈곤을 겪었지만, 항상 검소하고 절약하고 명량하다. 심지어 교회를 30번 옮길 정도로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 웃으면서 성당 다닌다. 가끔은 엄마가 무섭다.


내 외삼촌 김일환 씨는 현재 조선업 노동자다. 근데, 참 흥미로운 게 이 사람은 '조폭'이었다. 쪼들리는 동네 건달이 아니다. 김영상 정부에서 척결을 목표로 했던 '하나회'에 버금가는 조폭이었다. 김일환 씨는 10대 때 씨름 선수였다. 외가가 너무 가난해서 운동부를 하면 고기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된 뒤에는 씨름선수 대신 암흑세력의 길을 걸었고, 조폭 우두머리가 되기도 했다. 아쉽지만 한국 공권력의 대상이 되었고, 징역도 길게 살다 나왔다. 삼촌은 진짜 개 힘들다.


나도 조폭의 피가 흐르는지 화나면 좀 많이 사납다. 나랑 표면적인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나를 소심하고, 유순한 남자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근데, 사실 그건 틀린 것이다. 나랑 깊이 관계 맺은 사람들은 내가 화내는 걸 봤을 것이다. 내가 조용히 지내는 것은 무섭거나, 두려워서가 아니다. 그냥 귀찮아서다. 그게 전부다. 나는 고3이었던 2019년 1월 1일 아버지가 술 쳐마시고 난동을 부리길래 무력으로 진압하고, 경찰을 불렀다. 그리고 아버지가 너무 분해서 다음날 동이 틀 때까지 샤프로 내 다리에 피가 철철 날 때까지 찌르고, 흘러가며 공부했다. 공군 훈련단에서 만성 우울증 재발로 신병 4대대 조교 연성 과정에서 탈락하자, 그게 너무 분해 군화끈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근데 이 군화끈이 풀려버려서 살아 버렸다. 아,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나는 진짜 광인(狂人)이다. 내 눈에 거슬리지 마라, 제발.


게임을 좋아하던 infp 군대 동기 j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 그를 화나게 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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