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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미셸 푸코와 파놉티콘, 마리우스 그리고 칼럼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201234860.jpg 원형감옥. Panopticon.


고3 때 윤리와 사상 교사였던 J 선생님은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매일 책만 읽고, 담배만 피고, 믹스 커피만 마신다. 굉장히 인간적이면서도 지적인 사람이었다. 안양시 국회의원 이재정은 신성고등학교 강연에서 J 선생님이 자신의 선배였고, 운동권 시절 너무 멋있는 분이었다는 말을 했다. 내 눈엔 그저 머리 벗어진 중년의 남루한 선생님이었지만, 그녀에겐 그는 찬란한 청춘의 모습으로 남겨져 있었던 것이다.


J 선생님이 수행평가로 철학자 한 명을 지정해서 발표하는 과제를 내주셨는데, 나에게 할당된 철학자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이다. 난 아직도 푸코의 철학에 대해서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살면서 계속 공부해야 하는 분야다.


다만, 그가 감시사회와 권력을 파놉티콘에 연관 지어 묘사한 부분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파놉티콘(Panoticon). 원형의 감옥이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있다. 근데 그게 절대다수고, 나는 그게 누군지 모른다.


칼럼을 쓰다 보면 양심적인 사람들은 좋아요를 눌러 나의 글을 응원해 준다. 더 용기 있는 사람들은 DM으로 피드백도 해준다. 근데 그건 사실 극소수다. 내가 지금 팔로워 280명 정도 되는데, 대다수 이 글을 읽을 텐데 아무 반응하지 않는다. 계속 감시받는 느낌이 들어 소름이 끼친다. 다들 나를 방관하고 있다. 글을 읽기 싫으면 언팔하면 될 텐데 그 행위도 하지 않는다. 나를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칼럼을 왜 쓰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건 내가 이 인스타그램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아담 모세리가 2010년에 미국 소셜미디어 마켓에 인스타그램을 세상에 내보였다. 정보 패러다임이 텍스트에서 이미지와 영상으로 굳어지는데 너무 큰 역할을 하였다. 난 이 전환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 다시 텍스트 시대로 바꾸고 싶다. 인스타그램보다는 독서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새로 정보권력을 잡길 원한다.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로 개혁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존재 자체를 파괴하기 위해서, 인스타그램의 과시 문화를 파멸시키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 난 팔로워가 차곡차곡 더 많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인물들의 사회적 영향력도 클 것이다. 죽을 때까지 계속 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비겁한 당신들에게 감시당하는 거는 두렵지 않다. 앞으로 나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질수록 내 칼럼들은 더 힘을 가질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현명한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용기 있는 사람은 혁명을 일으켜 창조적 혁신을 유발하고 한다. 마치,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마리우스'처럼.


그렇다! 나는 혁명가가 되고 싶다..! 인스타그램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나는 매일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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