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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

by 바람


당신은 디즈니 장편 애니매이션 '쥬토피아(2016)'을 본적이 있는가? 쥬토피아(2016)도 사실 어른이 되고 보면, 상당히 생각해볼 만한 거리가 많은 영화다. 주말에 쉴 때 한번 봐보길 추천한다. 난 그 중에서도 나무늘보 '플래시 슬로르모어'가 제일 인상깊었다. '플래시 슬로스모어'는 나무늘보 은행원이다. 일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 보는 내내 답답하다. 근데, 영화 말미에 충격 반전 장면이 나온다. 그가 엄청난 속도의 스포츠카를 모는 레이서였다는 것이다. 그는 나무늘보였지만, 그의 찐은 '레이서'였다.


공군 교육사령부에 있는 2년 동안에도 신앙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다. 교육사령부에 있는 마하나임 신우부는 대략 300~400명 정도 되는 인원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다들 간헐적으로 나온다. 뭔가 책임감 있어 보이는 인물로 범위를 좁히면 50명도 채 안된다.) 총신대학교에서 M.Div를 받은 이광환 목사가 정말 열정적으로 사역하셨다. 이광환 목사도 내가 2년동안 있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랑과 기도, 헌신을 보내주셨다. 내가 있던 4지파에 있던 J쌤도 너무 좋은 분이셨다. 독실한 크리스천 부부였는데, 남편분은 군무원으로 일하셔서 여러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4지파에는 나말고 신학생인 재영이 형도 있었다. 형은 지원대대에서 근무하였는데, 목사가 되는게 꿈이라고 하였다.


재영이 형이랑 벚꽃이 가득 만개한 교육사령부 B.X. 앞에서 메가커피 모히또 시켜놓고 열띠게 신학 토론을 벌이던 날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영지주의나 하이퍼 칼빈주의, 방언이나 신유에 대해서도 토론하며 재영이 형과 많은 지적 교류가 있었다. (아, 형이 추천해준 '니고데모 안경' 아직 못읽었는데...)


이광환 목사가 나와 재영이 형에게 공군 교육사령부 마하나임 신우부 회장, 부회장 직을 권유했다. 그때 한창 뜨거웠던 우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이 목사, 나, 재영이 형 셋이서 드넓은 교육사령부 곳곳을 다니며 사역을 하고, 복음을 전하고, 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이때도 고맙다는 말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더라. 예배는 안드리고 간식만 먹고 다 튄다. 난 내 보급일 하랴, 개인 공부 하랴, 운동 하랴도 바쁜데, 여기다가 사역까지 하니까 몸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어주고, 나를 위해 항상 상담해주고, 내가 전역 때까지 신우부를 잘 이끌 수 있게 해주신 분이 있다. 바로 이상문 집사님.


이상문 집사님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원래 드넓은 하늘을 날아다니던 파일럿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집사님을 처음 뵙을 때는 중령으로 예편한 뒤 나군 군무원으로 근무하고 계셨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시면, 너무 다정다감하시고, 지적이시면서, 유머도 풍부하신 분.


내가 일병 때 힘들다고 말씀 드리자 애굽의 '요셉' 이야기로 위로 해주시던 분. 신우부 부회장 하는거 힘들지 않냐면서 항상 맘스터치 사주시던 분. 부족한 나와 신우들의 성경 지식을 채워주기 위해서 '어? 성경이 읽어지네'(이애실 저)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해 주신 분. 언제나 활력 넘치면서도, 강인하며, 사랑과 기도가 깊은 분.


여느 날 밤이었다. 금요기도회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이 집사님이 오늘은 밤이 너무 깊어서 자신이 태워다 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개꿀' 이러면서 탔다. 운전도 얼마나 부드럽게 하실까 기대했다.


근데, 대박 반전 발생.


차 바퀴가 구멍에 빠져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흔들거려서 전복되는 줄 알았다. '집사님, 저희 다 죽게 생겼어요.'


이때, 항상 다정다감하고 여유롭던 이 집사님이 엄청난 속도의 핸들링과 폭발적인 악셀레이팅으로 아무일 없다는 듯이 구멍에서 차를 구출 한뒤 훈련 쉼터로 데려다 주었다.


나는 태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한 뒤 속으로 생각했다.


'아 맞다. 저 유순하게 생긴 사람 파일럿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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