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용규의 이모저모

팀플레이란 무엇인가

by 바람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선발 라인업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기억하는가? 난 2023년 2월 전역 군번이어서, 월드컵을 군대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때, 우리 826기 동기 생활관 6명이서 너무 재밌게 본 기억이 깊게 가슴에 남아있다. 00년생인 상욱이 형 말고, 정현, 재헌, (김) 지용, (박) 지용, 나는 다 동갑이다. 그래서, 우리 6명은 서로 트러블도 많았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사이좋게 잘 의지하면서 군생활을 이겨나갔다. 이때도 16강 진출했을 때 생활관에서 다들 모여서 소리 지르면서, 부둥켜안고, 춤췄던 기억이 있다. 사실 우리 6명 다 조금씩 이상한 놈들이다.


어쨌든, 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포르투갈 전에서 극적 골을 넣을 수 있었는 데는 어떤 요인과 힘이 작용했을까? 단순히 손흥민과 황희찬의 개인 역량이었을까. 아니다. 서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belief). 왼쪽 풀백 김진수의 부상투혼. 센터백 김민재와 김영권이 뒤에서 단단히 지키고 있다는 믿음. 악동 이강인의 천재성에 대한 믿음. 중원의 마에스트로 황인범의 장악력에 대한 믿음. K리그 출신 슈퍼스타 이재성의 근성에 대한 믿음. 캡틴 손흥민의 스타성에 대한 믿음. 벤투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믿음. 그렇다. 포르투갈을 이길 수 있었던 건 한국 국가대표들의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Team Play는 곧 믿음이다.


나도 Team Play를 많이 해봤지만, 가장 효율적이며 재밌게 일했던 것은 교육지원대 군수지원반 일말 때다.


Member1.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를 나오고, 인간적이면서 유머러스하고, 맥주를 좋아하며, 카리스마도 있으면서, 업무 처리 능력과 뛰어난 언어능력, 활발한 의사소통 능력을 가졌으며, 따뜻한 마음까지 소유한 나의 맞선임 K병장.


Member2. 공군 부사관 중에 드물게 대졸자이며, 부산 상남자에, 미남, 게다가 유너스한 성격. 부사관교육대대 조교 출신이자, 엄청난 업무처리 능력과 더불어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진 P 중사. (P 중사는 너무 좋은 분이었다. 나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Member3. 그저 불도그 그 자체. 츤데례의 끝판왕. 부사관 정치 싸움에서 원사를 달지 못했지만, 실무능력 원탑. 내가 말싸움해서 이기지 못한 드문 사람들 중 한 사람. 공군 보급 실무자의 살아 있는 전설 군수지원반장 K 상사.


우리 넷이서 훈련단의 군수, 보급을 다 커버 쳤다. 교육사령부 훈련단은 병, 부사관, 장교, 공군사관학교를 포함하여 모든 대한민국 공군인들이 한 번씩 꼭 거쳐가는 시작점과 같은 곳이다.


이들은 짧으면 2달, 길면 몇 개월에 걸쳐서 훈련단에서 훈련을 받는다. 보통 신병대는 달마다 1200명 정도 들어오고, 부사관이나 장교는 격달이나 다른 주기로 들어온다. 이 막대한 훈련인원들의 보급을 교육지원대 군수지원반에서 각 신병대 보급소대장들과 컨택하면서 커버 쳤다.


이때, 내가 막내일 때 이 4명의 멤버는 솔직히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너무 좋았다. 서로 사이도 좋았고, 일 하는 것도 너무 재밌게 했다.


818기 K 병장이 전역하고, P 중사는 검수반으로 이동하고, 군수반장 K 상사도 보급대대로 가버렸다.


막내였던 나는 어느새 상병이 되었고, 이미 혼자서 5톤 트럭 10대의 보급 및 배부 업무도 부사관의 지휘 없이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이 많이 올라오긴 했다.


상병이 되고, 다른 하사관, 다른 군수반장이 들어왔고, 맞후임도 들어왔지만, 가끔은 내가 너무 즐겁게 일했던 '그때'의 교육지원대 군수지원반 어벤저스가 그립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용규의 이모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