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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의 이모저모

관상(觀相)

by 바람
KakaoTalk_20250411_204723862.jpg 고3 증명사진.

첫 번째 사진은 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사진이다. 2019년 고3 때 생활기록부 기재를 위해 신성고등학교 고 3 아이들을 공장형으로 빠르게 사진사가 사진을 찍어댔다. 메이크업이나 포토샵 일절 없는 사진이다. 심지어 이때, 가정사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입술이 다 터졌다.


당신은 이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관상이 좋아 보인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관상(觀相). 관상이 뭘까. 관상과 관련된 몇 사건을 소개한다.


사건 1.

고3 때 같은 반이자, 같은 학교 경제학과에 같이 진학한 C랑 수능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옆에 있던 중년의 여성분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여성분 : "어머, 연예인처럼 너무 곱상하게 생겼다. 관상이 너무 보기 좋아요."


나 :...


사건 2.

몸이 좋지 않아 동네 병원에 갔다. 의사가 나를 보더니 이런다.


의사 : "얼굴이 너무 착하게 잘생겼어요. 관상이 너무 보기 좋아요."


나 :...


관상(觀相). 관상이 대체 뭐길래 한국인들은 관상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걸까. 난 관상을 믿지 않는다. 중요한 건 마음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 체계이지, 그 사람이 장애인이건, 대머리건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한국 사회만큼 관상 미신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흔히 군대에서 '관상은 과학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게 과연 진실일까?


봉준호 감독 <살인의 추억>을 보면 형사 박두만(송강호)과 서태윤(김상경)은 서로 다른 수사 방식을 맹신한다. 박두만은 오로지 자신의 직관(Intuition)을 믿는다. 서태윤은 무조건 과학적(Science) 증거 자료를 믿는다. 하지만,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을 잡지 못한다. 결국, 애꿎은 박해일만 피를 봤다. (박해일은 이때도 멋있는 배우였다.)


물론, 뇌과학이 더 심도 있게 발달하여 얼굴 근육의 변화를 조직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발달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정말 그게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까?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정재)이 관상쟁이(송강호)에게 묻는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송강호는 두려움에 떨며 맞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여기서 송강호였다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 이렇게 말했겠지.


"관상 같은 것은 거짓입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지, 관상이 아닙니다. 당신이 왕이 될지, 안될지는 당신의 동기와 행위에 달려있지, 관상에 달려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왕이 되고 싶으면 칼과 피로 왕이 되지 마십시오. 예수께서도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KakaoTalk_20250411_20473039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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