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PD Jun 19. 2023

지연, 학연

2009-03-16

학연이나 지연이 성공한 삶에 필요한 조건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다'인 것 같습니다. 같은 값이면 아는 사람 쪽으로 편의를 봐주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몰아준다', 또는 '접어준다'라는 마음이 여전히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학연이 어떤 일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잘 아는 사람이기에 쉽게 일이 처리된 경우였습니다. 하지만 '아이 러브 스쿨'로 인해 오랜만에 동창생을 만났을 때부터 왠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일이지만 '아이 러브 스쿨'로 인해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한 반에 70명 이상씩 콩나물시루처럼 교실을 채우던 시절이죠. 모르는 얼굴이 더 많았기에 공허한 웃음을 흘려야 하는 어색한 모임이었습니다. '추억이 없는' 동창들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한 학교에 다녔다는 공통점이 새로운 친구를 만드려고 시간을 투자할 동기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점차 온라인 동창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을 끊었습니다. 


최근에도 잘 알지 못하는 동창이 만나자고 했습니다. 재학 시절에 일면식도 없었고 공유할 만한 추억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었습니다. 그분은 동창이라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와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예의를 무시하고 안방을 차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분의 이미지는 차라리 동창이 아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었습니다. 연락을 하지 않은지 십수 년이 지난 이가 어느 날 경조사로 연락을 할 경우에도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웃는 얼굴로 대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는 네 현금인출기가 아니다.'라는 속 좁은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저는 소중한 추억을 나눈 몇 안 되는 사람들도 잘 챙기지 못하는 무심한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졸업장을 내세우며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을 만나면 상당히 불쾌해집니다. 아무런 인연이 없어도 밤새며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연의 가벼움'을 누구보다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학연이나 지연은 관계를 시작하기에는 좋은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루어진 관계를 단단히 할 때는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게 학연을 말씀하시는 분은 우리의 관계는 인제야 시작하기에 앞으로 인연보다 더 큰 인간적인 매력을 서로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터미네이터: Salvatio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