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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Sep 22. 2023

Firefox

2005년 2월 12일 쓴 글.

드라마 PD로서 저는 평소에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람입니다. 창작자의 권리가 보호되어야지만 창작자에게 동기가 부여되고 문화가 창달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작권의 강화가 보편적인 인류문화의 발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학원 수업에서 알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2004년 12월 16일 뉴욕타임스에는 2면짜리 전면 광고가 실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깨알같이 모아 퍼즐처럼 지면을 채워 만들어진 광고였습니다.  


    “Are you fed up with your web browser”? “You are not alone. We want you to know that     there is an alternative… 지금 쓰고 있는 웹브라우저가 지겨우신가요? 당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여기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이 광고는 Mozilla라는 단체에서 여러 사람들 기부금을 받아 광고비를 댄 캠페인성 광고였습니다. Mozilla는 이른바 Open Source 소프트 웨어를 세상에 알리고 퍼뜨리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대안으로 만들어 낸 웹 브라우저가 바로 Firefox입니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저작권법의 보호 아래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비싼 돈을 받고 판매됩니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처럼 불법복제가 성행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불법으로 음악을 다운로드한 것이 적발되면 처벌을 받습니다. WTO의 체제에서 세계 무역시장을 열고 있는 현재 저작권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입니다. 

Firefox 광고

그렇다면 Open Source 소프트웨어란 무엇일까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자신만의 비밀로 감추고 거래하는 것이 컴퓨터 산업이나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지장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생각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MS-DOS로 애플 컴퓨터를 움직이던 시절엔 모든 프로그램이 소스코드를 공개했었답니다. 즉 누구나 소프트웨어의 운영 방식을 열어 볼 수 있고, 또 자기 취향대로 변형,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오픈 소스의 대표적인 것이 여러분도 이름을 알고 있을 Linux입니다. 익스플로러는 Microsoft사의 상품입니다. 일반인들은 그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도 없고 변형시킬 수 없습니다.  Firefox는 누구나 접근해 개선시키고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의 버전도 수백 명의 프로그래머가 조금씩 코딩에 공헌을 하고 개선에 개선을 거듭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런 오픈 소스 방식의 소프트웨어의 단점이 있습니다. 익스플로러는 문제가 생기면 MS사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오픈 소스는 그럴 수 없습니다. 다수의 사람이 참여하고 만든 소프트웨어인데, 에러를 누군가에게 특별히 책임 지울 수없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지 전 세계의 웹브라우저 시장은 익스플로러가 90%의 점유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최초로 이 점유율이 5% 정도 떨어졌습니다. 그 자리를 이 Firefox라는 브라우저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입니다. 써보면 익스플로러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익스플로러보다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 해킹에 관한 한 훨씬 안전하다고 합니다. 팝업 블록 기능 같은 것은 Firefox의 특징을 최근 익스플로러가 슬쩍 채택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용량이 적어 기능성이 좋고 속도도 빠릅니다. 대안을 찾아서 시도해 보시는 것이 어떤가요? 경쟁을 활성화하는 게 자본주의 체제의 장점이라면 말입니다.



이게 2005년의 일입니다. 그 사이 익스플러로 가 지배하던 시장은 끝났습니다. 크롬 브라우저가 한참 유행했고, 그 외에도 여러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는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경제, 산업, 문화 여러 곳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윈도 PC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고, 애플과 삼성폰이 압독적으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독과점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200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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