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 법
2004년 12월에 쓴 글
제가 2004년 대학원 수업의 조교인 Jesse는 당시 57살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었습니다. 그의 영화엔 어린이들이 ‘Birthday Song’을 부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일에 케이크 놓고 촛불 끄기 전에 부르는 바로 그 노래 말입니다. Jesse는 그 장면을 넣으려고 100달러를 그 음악의 작곡자에게 지불해야 했습니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유명한 뮤지컬 삽입곡을 공연할 수 없습니다. 걸 스카우트이나 보이스카웃 캠프에서도 아무 노래나 부르지 못합니다. 저작권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작은 독립 영화를 편집하다 우연히 발견한 CD에서 음악 한곡을 사용했다고 칩시다. 나중에 감독이나 음악선곡자가 그 음악의 제목과 작곡자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는 페스티벌에 제출할 수도, 배급을 할 수도 없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저작권 소송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작권으로 인한 비용의 지출과 압박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진지해진 것은 한마디로 쥐 한 마리 때문입니다. 애초에 저작권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작가의 창의적인 정신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이 법이 이렇게 살벌한 양상을 띠게 된 데는 미키 마우스라는 쥐 한 마리의 영향이 사뭇 지대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주 쉬워졌습니다. 몇 번의 클릭과 복사 붙이기로 타인의 저술이나 이미지, 음악을 카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전 세계의 순식간에 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것 때문에 1998년 the 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DMCA)라는 법이 생겼습니다. 이 법의 골자는 타인의 저작물을 카피하는 행위뿐 아니라, 카피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전파마저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냅스터 같은 것이겠지요. 또 인터넷을 이용한 저작권 침해에 대해 처벌의 수위를 한 층 높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에 “Sony Bono Copyright Term Extension Act”라는 것을 상원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저작권의 법적보호를 현재 수준보다 20년을 더 연장하는 것인데, 문제는 예외적으로 이 법은 소급 적용이 돼, 이미 보호를 받고 있는 저작물까지 일괄적으로 20년간 연장이 된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쥐’가 등장합니다.
미키마우스의 원형이 되었던 쥐 (Steamboat Willy)는 예정대로라면 2003년이면 저작권의 보호를 벗어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저작권의 연장됨에 따라 마우스는 저작자의 사후 70년까지 보호를 받게 되어, 2023년까지 디즈니사의 손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저작권 개정의 역사를 보면 이처럼 디즈니사의 활발한 로비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디즈니 회장인 마이클 아이즈너가 미 상원위원에게 직접 로비를 했고, 이를 위해 민주, 공화 양당의 의원들에게 무려 80만 불의 기부금을 지불했습니다. 이로 인해 디즈니의 지적 재산권이 강력히 보호된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의 학자들은 이 법을 미키마우스 법(Micky Mouse Act)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즈니의 산업이란 것이 남의 저작물을 이용한 발전이었습니다. 유명한 그림 형제의 동화들이나 전래 동화들… 예를 들어 피노키오,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의 캐릭터를 공짜로 사용해 오늘의 위치에 다다른 것입니다. 그 후에 그들의 캐릭터에 담장을 두르고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유치원에서 함부로 미키 마우스 그림을 벽에 붙였다가는 소송을 당할 수 있는 게 미국 사회의 현실입니다.(2004,12/27)
이제 2023년이 되었다. 2023년 12월 31일에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이 소멸되는 것이다. 이제 미키 마우스는 공공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을까? 실상은 2023년에 만료되는 것은 1928년에 제작된 미키마우스의 원형 스팀보트 윌리의 이미지에 한정된다고 한다. 그 후에 디즈니에 의해서 미키마우스의 캐릭터는 계속 바뀌었는데, 그 수정본을 별도의 저작권물로 보고 계속 저작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미키마우스의 이미지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2023/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