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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Nov 13. 2023

프리재즈에 대한 반감

2006년 4월에 쓴 글

지난 3월 25일 호암아트홀에서는 [Coung Vu Trio]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제가 Coung Vu라는 재즈 트럼펫 주자를 알게 된 것은 재즈 기타리스트 Pat Metheny를 통해서입니다. Pat의 앨범 Speaking of Now(2002)와 Way Up(2005)에 Coung Vu가 참여하면서 그의 이름이 재즈 계의 저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공연장에서 Pat이 Coung Vu를 소개하면 객석의 관중은 Vu의 性을 빗대어 P-oooo-h 하고 놀려대며 그를 환영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즈음입니다.

 

한국에 Coung Vu 트리오가 공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그의 앨범을 구해 들어봤습니다. 아뿔싸, 그의 음악은 프리 재즈였습니다. 프리재즈는 음악의 전통적인 규칙, 즉 박자, 멜로디, 화성이라는 것을 파괴한 음악이라고 한답니다. 연주자는 연주 당시의 자신의 감정과, 연주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충실히 반영할 뿐이니, 많은 부분이 즉흥적으로 창조되곤 합니다. 제가 아주 싫어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장르를 구분하고, ‘그 장르는 싫어, 이 장르만 좋아’라고 선을 긋는 행위가 얼마나 무도한 짓인지 잘 알고 있지만, 제게 도저히 접수가 안 되는 장르가 있다면 바로 프리재즈입니다. 제가 열심히 듣고 있는 Pat Metheny Group의 앨범 중에서도 프리 재즈 성향이 짙은 Song X만은 제게 천대받는 앨범이고, 당연히 그 앨범에 참여했고, 프리 재즈의 선두주자 격인 Ornette Coleman의 대다수의 음반은 저의 구매 금기 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 만일 Coung Vu의 음악이 이런 성향인 줄 미리 알았으면 절대 공연 티켓을 예약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공연장에 들렀습니다.

 

트럼펫과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는 Coung Vu의 앨범에 담긴 곡들을 근거(?)로 해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예상외로 샘플러를 많이 사용해 오히려 아방가르드 혹은 프로그레시브 한 분위기를 내더군요. 운동화를 벗고, 양말만을 신은 채 ‘너울너울’ 춤추듯 프렛레스 베이스를 튕기는 Stomu Takeishi의 모습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제게는 혼돈과 무질서, 그리고 무모한 반복으로 느껴지는 그 리듬과 멜로디의 혼재 속에 그나마 질서를 잡아주는 듯한 Ted  Poor의 드럼 비트가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공연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음악 속에서 초지일관 표현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그 자유 속에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은 세 뮤지션의 모습은 좋은 인상으로 기억이 남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제게 진정 그 공연을 즐겼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어색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Miles Davis의 불후의 명작 [Bitches Brew]도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이 앨범이 퓨전 재즈의 기원이자 대단한 명반이라고 주위에서 말씀하시면 역시 어색한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반대로 이 앨범을 듣는데 아무래도 고역이었다고 솔직히 말씀하시는 분을 만난다면, 이국에서 고향사람을 만나는 듯한 반가운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Bitches Brew를 한 30번 들었더니, 뭔가 필이 통한다며 ‘득도’의 즐거움을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만, 좋은 음악이 지천으로 널렸는데 30번씩 수행하는 기분으로 들어서 어떤 음악에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지는 못합니다.

 

 

음악을 듣는 훌륭한 자세는 위에서도 말씀 드린 바 있지만, 장르의 구분을 하지 말고,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선 요즈음 점점 새로운 음악을 접한다는 것이, 10대, 20대에 비해서는 훨씬 어려운 일이 되고 있음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또한, 어린 시절에는 쉽게 가슴을 울리던 음악들도 예전만큼을 감흥이 오기도 어렵거니와, 새로운 음악에는 더욱 보수적인 사람이 되어 더욱 가슴을 열기 힘든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제는 프리 재즈라는 장르는 제게는 이미 건널 수 없는 강 건너로 넘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렇기에 저보다 나이 어리신 분들에게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많은 음악을 폭넓게 들으시기를 권합니다. 그때 즐긴 음악이 평생 친구로 남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 처음으로 당한 프리 재즈 공연은 생각보다는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다만 프리 재즈의 풍에 맞게 객석도 호암 아트홀이란 공식적인 장소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곳에서 공연이 열렸으면 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간 담배 연기가 자욱한 곳에서 맥주라도 한 손에 든 채, 벌겋게 술이 오른 얼굴로 Coung Vu의 음악을 들으면 제 자신도 쉽게 무장해제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마음에 집에서 몇 개의 프리재즈 앨범을 술잔을 손에 쥔 채 들었습니다만... 곧 잠이 들었답니다.



요즈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래도 새로운 음악을 알아가려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가급적 많은 문화의 선물을 누리다 가야 하지 않을까요? 듣다 보면 새로운 장르에도 친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차에 타면 음악 선곡의 권리를 이제 거의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넘깁니다. 아이들이 듣는 음악을 귀동냥하면서 저의 저변을 넓히려고 합니다. 요즘은 프리재즈도 가리지 않습니다. (2023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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