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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소셜 네트워크>

2010/12/03

언젠가는 실화에 바탕을 둔 드라마를 만들어 보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구가 아닌, 사실이 지닌 설득력으로, 우리 세대의 영웅을 그려낼 수 있다면 최소한 재미는 없을지라도 의미는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영화의 위대한 감독 데이비드 핀처와 [웨스트 윙]의 작가 아론 솔킨이 손을 잡고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이 영화는 필수 감상 목록에 올려야 합니다. 작품마다 가장 적확한 연출 스타일을 선보이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도대체 이번 재료는 어떻게 주물렀는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아론 소킨이 대본을 맡은 것을 확인한 순간, 극의 방향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A few good man], [The West Wng]등의 영화와 TV에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상반된 가치를 내세우며 충돌하는 상황을 잘 포착해 냈습니다.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아론 솔킨처럼  지적인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습니다. 결코 쉬운 이야기는 아니리라 짐작했습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우리가 잘 아는 Social Network Service, 즉 [Facebook]의 탄생에 얽힌 비화를, 지극히 개인적인 동기를 부여한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설명했습니다. 지루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에 스피디하고, 경쾌한 리듬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업 윤리와 우정, 지적재산권, 아이디어의 탄생, 그리고 富의 형성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정리했습니다. 흥행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많이 쓰이는  아름다운 결말이나 전형적인 해피 엔딩을 피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중에,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한편, 삶의 냉정한 진실을 꿰뚫어 보게 하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가들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Facebook의 제 계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봅니다.  Facebook 전면에 펼쳐진 구도와 디자인, 메뉴가 범상치 않게 느껴집니다. 마크 주커버그는 동창생의 아이디어를 훔쳤고, 친한 친구를 배신한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아니었으면 Facebook이란 21세기 디지털 문화의 총아는 없었을 것입니다. 영화 [The Social Network]는 그 과정을 랩으로 속사포 쏘듯 귀에 속삭여 줍니다. 경쾌한 리듬이 귓가에 남았지만 이야기의 여운은 가슴에 남았습니다. 삶과 기업의 비정한 현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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