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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세 남자 세 여자> 1994

2010/11/27 조연출 이야기

1993년 SBS에 입사해서 뽀송뽀송한 얼굴로 처음 조연출을 했던 작품입니다. 벌써 십수 년이 지난 작품이어서 인터넷에서 괜찮은 사진을 찾을 수가 없군요,

얼마 전 '아내의 유혹'을 연출한 오세강 선배에게 배정되어 조연출 수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분은 제게 '스타워즈'의 오비완 케노비 같은 사부이신데, 그로부터 혹독한 수련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루크가 되었는지 '다스 베이더'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오 선배와는 여러 작품에서 다시 만나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였던 박현주 선생은 요즘도 연속극의 강자로 방송 삼사를 오가며 주가를 올리고 계십니다.  당시 여자 주인공으로는  이미연 씨, 신애라 씨, 미스코리아 출신 전혜진 씨가 여자 주인공이었고 거기에 김찬우 씨, 이종원 씨, 박진성 씨가 상대 남자주인공이었습니다. 


'못생긴 여자', '순정파인 여자', '잘 살지만 싹수없는' 세 여자의 각기 다른 사랑과 복수를 그린 것이었습니다. 뻔한 기획이지만 예능 감이 좋은 박현주 선생이 시트콤과 드라마의 중간에 해당하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써주었던 것 같습니다. 가벼운 코미디로 출발해 중간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는데, 극 중반 이후에 드라마의 성격이 정통 멜로로 변질된 것이 아쉬웠습니다.  개성적인 드라마가 기획 방향과는 약간 다르게 흐름을 타더니  그만 무난한 드라마로 끝이 나더군요. 아예 코미디로 밀어붙였으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드라마 한 회의 러닝 타임이 45분에서 50분 정도로 그렇게 길지 않아 촬영 양이 부담스럽지는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녹화 하루에 야외 촬영 삼사일이면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건 조연이건 두 개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이 종원 씨는 [마지막 승부]를 촬영하다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하는 사건이 생겼고, 신애라 씨는 [사랑을 그대 품 안에]를 통해 배우로서 인기의 절정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작품 중간에 중견 배우 장학수 선생이 갑자기 별세하시기도 해서  위기를 넘기느라 나름대로 힘들었습니다. 


드라마의 승패와는 관계없이 가수 '김정민'의 [그대 사랑 안에 머물러]란 노래기 히트를 쳐 그를 세상에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무명이던 가수 박진영이 드라마의 타이틀곡을 불렀고, 그가 유명해진 후 작곡가 김형석 씨의 사무실에서 만나 주제곡을 부른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세 남자 세 여자'류의 기획이 소위 말하는 '뷔페 기획'입니다.  여러 명의 주인공 커플을 두어 어느 쪽이 재미있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죠.  한때 일본 드라마에서 유행해 아직까지 여러 드라마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개성 없고 맛없는 음식만 차린다면 맛없는 뷔페가 되어 시청자의 미움을 살 수도 있습니다. 또 다수의 주인공을 캐스팅하다 제작진이 진이 빠져 결국 시청자들을 유혹하는 일급 스타를 잡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연기자의 개런티가 하늘 높이 치솟은 요즈음은 만들기 힘든 조합입니다. 혹시 압니까?  '소녀시대'가 단체로 투항한다면, 일본의 SMAP으로 드라마가 기획된 듯이 우리도 다시 이런 뷔페 기획을 만날지 모르겠습니다. (2002년 6월에 쓴 글을 2010년 11월 27일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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