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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16. 2023

<빌리 엘리어트>

2010/11/07

왜 드라마는 아역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어린이가 주인공이면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 장점은 다음과 같은 어린이의 특징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어린이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사회적으로 연약한 존재이기에 관객은 아이를 보호하고 싶고, 쉽게 연민의 마음을 갖습니다.

둘째, 어린이에게는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펼칠 가능성의 잠재되어 있습니다. 어린싹이 움트는 것을 보면서 미래에 만개할 꽃을 예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셋째, 어린이는 순수합니다. 어른에게 일어나는 복잡다단한 갈등을 어린이는 단칼에 재단하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그래서 어린이는 쉽게 해결합니다. 그래서 어린이의 시각으로 어른의 문제를 바라보면 우리는 풍자와 위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넷째, 어린이는 신기합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아이의 연기력이나 감성에 어른은 무방비 상태로 함락당합니다. 어린이의 재능에 감탄하고 놀라면서 어른의 무능함을 안타까워합니다.



어린이 캐릭터를 최고로 잘 활용한 이야기가 [빌리 엘리어트]입니다. 우리에게는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졌습니다. 저는 최근에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뮤지컬로 예전 영화에서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았습니다. 뮤지컬은 영화의 스토리와 비주얼을 성공적으로 재현했습니다. 뮤지컬에서 보여주지 않은 장면이 있다면 형 토니가 집과 집 사이를 뚫고 도망 다니는 것뿐일 정도로 뮤지컬은 영화를 충실히 되살려 놓았습니다. 저는 뮤지컬 보기 전날 아이들과 영화를 다시 보며 예습을 했는데, 영화가 뮤지컬화 할 것을 미리 예상했다고 보일 정도로 음악과 춤, 그리고 정서적인 요소가 배치된 것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뮤지컬을 단순히 영화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몇 시퀀스에서는 영화를 뛰어넘는  무대의 비주얼을 보여주었습니다. 광부들이 담배를 품어 내며 운집하는 모습은 마치 슬로 모션으로 영화가 편집되듯, 놀라울 정도의 비장함과 역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광부들과 경찰들의 충돌 장면은 잊히지 않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룹으로 나온 댄서들이 곤봉과 투명 방패를 이용하며 소리와 세트를 만들어가며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은, 상징과 비유, 그리고 상상력의 승리라고 느낄 정도로 활력이 넘쳤습니다. 그리고, 빌리 엘리어트.....



지금 한국 공연에는 네 명의 어린이가 빌리 엘리어트 역을 돌아가며 공연하고 있습니다. 저는 임선우 군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어린 빌리 엘리어트에게서 저는 어린이의 나약함과 그것을 극복하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웃었고 그 앞에 펼쳐지는 미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의 재능을 질투했습니다.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빌리 엘리어트]는 한국 배우가 무대에 서지만 그 완성도는 브로드웨이에 비하여 손색이 없다고 합니다. 스토리와 안무, 노래가 이토록 잘 맞아떨어지는 뮤지컬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끼 많은 아이들이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몰아옵니다. 즐겁고 감동적인 뮤지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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