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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PD Jun 05. 2023

공부하는 것, 안다는 것, 말한다는 것

2016/10/22에 쓴 글.

얼마 전에 한 선생님이 제게 '이 PD 님, 이제 공부 그만하시고 글을 쓰시죠.'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제게 '왜 PD님은 책을 내지 않으세요?'라고 질문하셨습니다. 두 분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독서를 좋아하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공부한 선구자의 품에 안겨서 편안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  실제로 세상을 향해 제 생각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얘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는 체는 하지만, 정작 알리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안다는 것은 '내가 알기'에 아는 것일까요, '권위 있는 누군가가 알기'에 아는 것일까요?  수동적인 공부에 익숙해져 정작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이 빈약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학교, 명성, 선진국, 전문가 등 여러 권위에 의지하는 지식에 길들여져,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내 생각처럼 말하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란 생각이 들고요.


디지털화된 시대에서 공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책에서는 이렇다', '미국은 이렇다', 'Apple은 이렇다', '하바드는 이렇다', '대통령은 이렇다', '본부장은 이렇다', '사장은 이렇다'는 식으로 권위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면 쉽습니다. 권위에 기대어 책임 추궁을 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게 반드시 올바른 해결법인지는 의문입니다. 각각의 권위는 특정한 공동체나 문화의 맥락 속에서 나타났기에, 다양하고 독특한 사회, 문화, 경제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적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신중히 들여다보고 해답을 찾아야 하는데 그보다는 이미 나와 있는 정답지를 한 번 들쳐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급변하는 시대에는 '책상형 인재' 보다는 '현장형 인재'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현장형 인재'는 자기가 처한 문제를 상황에 맞게 들여다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쓴 지 7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가 되었습니다. 최근의 생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자기 생각이 없더라도 오래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이나 기술이 워낙 빨리 변하기에, 더더욱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신을 업데이트하는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꼰대'라고 불리는 보수적 성향의 사람은, 그 성향자체가 권위적이라기보다는 공부가 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시절에 배운 그 모든 학문이 변하고 있는데,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나도 예전의 배움에 의존한다면, 시대에 맞지 않는 엉뚱한 대답을 내리는 꼰대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공부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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