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바우하우스에서 PBV까지

디자인이 삶을 바꾸는 순간

by Utopian

2013년 겨울,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자동차 잡지 아우토 빌트의 골든 스티어링 행사를 마치고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던 길. 나는 데사우에 잠시 들렀다.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는 알루미늄 캐리어로 유명한 리모와의 광고와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읽히는 항공기 회사 융커스의 박물관, 그리고 바우하우스였다.

바우하우스는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립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정치적 사회적 격변의 시기였다. 산업화로 대량생산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전통적인 수공예와의 간극이 커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로피우스는 산업혁명 이후 예술과 공예가 분리되면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건축과 조형예술을 통합된 창조적 표현으로 다시 결합하자”는 그의 비전이 바우하우스를 탄생시켰다. 이름 자체가 ‘짓다(Bau)’와 ‘집(Haus)’의 합성어였고, 중세 석공조합인 바우휘테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도 공예와 예술의 통합을 상징했다.

바우하우스는 단순한 예술학교가 아니었다. 새로운 사회를 위한 디자인 철학을 실험하는 공간이었다. 1919년부터 1933년 나치 정권에 의해 문을 닫을 때까지, 바이마르(1919–1925), 데사우(1925–1932), 베를린(1932–1933)을 거치며 현대 디자인과 건축에 혁명적인 영향을 남겼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실용성과 생산성을 앞세우는 이 철학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애플의 미니멀리즘, IKEA의 실용적 가구에서 그 흔적이 뚜렷하다. 바우하우스는 예술가, 장인, 건축가가 함께 작업하며 배우는 학제 간 협업의 장이었다. 기초 과정에서는 재료와 색채, 형태의 원리를 익히고, 이후 각 공방에서 실제 작업을 통해 실습을 이어갔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오늘날 디자인 교육의 근간이자 다학제적 협업 모델의 출발점이 되었다.

바우하우스는 산업과 예술의 결합을 지향했다. 수공예의 섬세한 품질과 산업 생산의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며, 디자이너가 제조 과정에 깊이 관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 제품에도 미적 가치를 불어넣을 수 있었고, 이는 현대 산업디자인의 기본 원리가 되었다.

디자인 언어 또한 보편성을 추구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하고 기하학적 형태를 강조함으로써 국경과 문화를 넘어 적용할 수 있는 국제적 양식을 만들어냈다. 이 흐름은 이후 ‘인터내셔널 스타일’로 발전했고, 오늘날 글로벌 브랜드의 시각적 언어 속에서도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바우하우스가 추구한 핵심 가치는 사회적 책임과 민주적 디자인이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이상 아래, 고품질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려는 비전이 있었다. 이 정신은 오늘날 사회적 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운동으로 이어지며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바우하우스의 영향은 강력하다. 스마트폰부터 웹, 건축까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 특히 디지털 시대, UX 디자인의 부상과 함께 기능주의 철학은 더욱 빛을 발한다. 바우하우스가 추구한 협업, 실험, 사회 변혁의 가치들은 여전히 교육과 실무의 핵심 원칙으로 살아 있다.


색을 듣고 소리를 보는 감각 (김정운:에디톨로지)

바우하우스는 감각의 교차와 새로운 조합을 통한 창조를 추구했다. 질서 정연한 트리 구조가 아닌 네트워크적 사고를 강조했다. 이는 오늘날 학교 교육의 틀과는 달리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생각을 편집하며 창조의 기반을 닦았다.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의 원형이 아닐까. 창조와 혁신은 과거를 그대로 외우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흐르는 의식 속에서 교차된 생각이 새로운 결과를 만든다.


애플과 바우하우스 (김정운:창조적 시선)

스티브 잡스가 받은 영감의 근간에는 바우하우스가 있었다. 그는 기존 컴퓨터에서 외면했던 감각적 요소를 개선했고, 직관적 사용성을 구현했다. 마우스에서 시작해 스마트폰의 터치까지 이어진 혁신은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었고, 애플을 오늘의 위치로 끌어올렸다. 동시에 우리의 생활 방식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잡스가 워즈니악에게 “나는 지휘자, 너는 훌륭한 연주자”라 말한 오만은 그의 집착과 추진력을 보여준다. 다만 워즈니악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분명 지나친 오만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철학은 애플을 거쳐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것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넘어, 사용자 개개인의 삶의 아이덴티티에도 영향을 끼쳤다. 우리는 그런 영향을 받으며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만든다. 예전처럼 주어진 일을 그대로 수행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가 가진 가치관이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이 미래를 만든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신기한 일일지 모른다.


거주에 대한 바우하우스적 생각과 PBV의 미래

데사우에 있는 바우하우스 학교 건물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단순히 건축물이 아니라 정밀하게 계산된 기계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대칭과 비례, 빛과 그림자의 흐름, 창과 벽의 배치까지 모두가 합리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그 속에는 발터 그로피우스가 학교 설립 당시 강조했던 “예술을 통합하는 건축”이라는 비전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건축이 단순히 장식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산업화된 사회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생활 방식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계 생산이 일상이 된 사회 속에서 건축 역시 하나의 기계처럼 작동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이러한 관점은 동시대의 다른 건축가들에게도 강한 자극을 주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집을 “주거를 위한 기계(machine for living)”라고 정의했다. 이는 주택을 단순히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라, 생활 자체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장치로 본 것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 역시 ‘Less is more’라는 말로 대표되는 기능적이고 단순한 공간미학을 추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건축이 단순히 벽과 지붕을 짓는 기술을 넘어, 인간의 생활 방식을 새롭게 규정하는 실험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산업사회의 생활양식은 이미 디지털과 네트워크 사회로 변모했고, 공간은 더 이상 고정된 장소에 한정되지 않는다. 집, 사무실, 카페, 공공장소의 경계는 흐려지고, 우리는 인터넷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하고 소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거주의 개념도 더 이상 고정된 벽 안에 갇힐 필요가 없지 않을까? 공간은 이동할 수 있고, 이동하는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PBV(Purpose Built Vehicle)다. PBV는 단순히 바퀴 달린 이동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작은 건축물이며, 상황과 필요에 따라 변화하는 유연한 거주 공간이다. 주거, 오피스, 카페, 라운지, 심지어 병원이나 문화공간까지도 그 안에서 구현될 수 있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가 ‘이동’이라는 기능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PBV는 ‘머무름’을 새롭게 정의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이 ‘머무름’이다. 자동차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이라는 비공간에서 보낸다. 그곳은 기능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삶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는 죽은 공간이다. 그렇다면 왜 이 시간을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지 못할까? 주차되어 있는 순간에도 공간은 여전히 우리의 일부이고, 그 안에서 우리는 휴식하거나, 일하거나, 소통할 수 있다. 즉, 주차장은 더 이상 단순한 대기실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PBV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건축적인 가치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건축은 언제나 ‘장소’를 만드는 예술이었고, 장소란 곧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단순히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 그것은 이동하면서 동시에 거주가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장소’다. 이 장소는 기능적이면서도 감각적이어야 하고, 효율적이면서도 인간의 감성을 담아야 한다. 바우하우스가 산업사회의 조건 속에서 새로운 건축적 해답을 제시했듯,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사회와 모빌리티 사회 속에서 새로운 공간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결국 PBV는 단순히 기술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거주’라는 인간적 경험을 재정의하는 실험이다. 그리고 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디자이너의 기술적 창의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건축적 사고, 철학적 성찰, 그리고 인간 중심의 감수성이 결합되어야 한다. 바우하우스가 예술과 기술, 삶을 통합했던 것처럼, PBV 역시 이동과 거주, 개인과 사회를 통합하는 새로운 거주 기계로 거듭날 수 있다.


PBV와 사용자 중심 가치의 전환

오늘날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 물건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드러낸다. 그래서 최근 많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Bespoke’다. 사용자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사전에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 명품 의류에서 출발한 이 흐름은 이미 가전, IT, 그리고 자동차까지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순히 마케팅 전략이나 화려한 제품 콘셉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많이 팔기 위한 포장된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를 진심으로 고려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업이 이 마음을 잃는 순간, 단지 이익 창출이라는 고전적인 존재 이유뿐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가치의 발전까지도 멈추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PBV라는 운송 기기가 이러한 거창한 사명을 담고 있어야 할까? 과거 자동차 산업의 수익 모델은 단순했다. 생산 비용을 최적화하고 품질을 개선한 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구조였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치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사용자가 제품을 통해 경험하는 만족, 즉 ‘좋아요’의 축적이 곧 새로운 이익이 된다.


스마트폰을 떠올려보자. 단말기 자체의 하드웨어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서 작동하는 플랫폼과 생태계다. 특정 플랫폼이 많은 사용자에게 선택되면, 그 속에서 광고와 서비스가 제공되고, 다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된다. 결국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사회적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마찬가지로 PBV 역시 ‘움직이는 플랫폼’으로서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에 깊이 관여하게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된다. 과거에는 제품이라는 물건을 잘 만드는 것이 디자이너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받게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동차 디자인은 더 이상 단순히 금속과 플라스틱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삶을 조직하는 문화적 장치를 설계하는 일이다.

따라서 소재의 친환경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어서는 부족하다. PBV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 공간을 통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를 메이커가 먼저 내러티브로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관점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과정을 설계하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기아는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체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비스 기업, 아니 그보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삶을 돕는 ‘플랫폼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업의 생존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이자 디자인 철학의 확장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하여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기업이 품어야 할 진심이어야 한다. 사람들의 필요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 공간이 이동하면서 삶의 다양한 순간을 지원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잘해왔던 운송기기 제작의 기술을 바탕으로, 이제는 PBV라는 이름의 이동 플랫폼을 사회에 내놓아야 한다.

이것은 단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필요한 도구를 드릴 테니, 여러분은 그것을 활용해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라는 바람을 담은 제안이다. 누군가는 이를 가식적인 포장이라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이 진정한 사회적 기여와 만나야 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 PBV는 바로 이 혁신의 첫 무대가 될 수 있다.


PBV를 위한 사업적 배경

TOTAL COST of OWNERSHIP

1997년 미국의 대표적인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 그룹(Gartner Group)에서 발표한 것으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정보화 비용에 투자 효과를 고려하는 개념의 용어이다. 즉, 회사에서 전산 시스템을 도입할 때 단순히 초기 투자 비용만이 아니라 도입 후의 운영이나 유지 보수 비용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TCO [total cost of ownership] (컴퓨터인터넷 IT용어대사전, 2011. 1. 20., 전산용어사전편찬위원회)


TCO에서 TVE로: 새로운 모빌리티 기획을 위한 디자인적 관점

기업의 기획 분야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단순히 제품을 예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선다. 본질적으로 디자인은 문제 해결이자 새로운 기회의 발견이며, 기획 단계에서 디자인적 사고가 개입할 때 기업은 단순한 원가 절감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을 위한 관점을 확보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기획은 재무적 관점, 즉 원가 절감과 비용 절감의 프레임에 갇히기 쉽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그것만으로는 기업의 존속은 물론, 사용자의 충성도도 지켜낼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 소유비용)**다. TCO는 단순히 구매 시점의 가격이 아니라, 제품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전 기간 동안 발생하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관점이다. 구매 가격, 유지보수 비용, 에너지 비용, 감가상각, 중고 가치까지 모두 합산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가성비의 극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TCO는 단순한 ‘싼값 추구’와는 거리가 있다. 그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더 나은 효율과 합리성을 찾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같은 급의 전기차를 비교해 보자. 테슬라는 초기 구매 비용이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OTA(Over-the-Air Update)를 통해 차량의 성능과 기능이 꾸준히 개선된다. 반대로 경쟁사의 차량은 시간이 흐르며 가치가 빠르게 하락한다. 결국 보유 기간 전체를 놓고 보면, 초기 비용이 높은 테슬라가 오히려 TCO 측면에서는 더 유리한 선택이 된다. 즉, 단기적인 ‘가격’이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의 문제다.

이런 맥락은 기업의 기획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비용을 줄이는 데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장기적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투자 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분명해진다. 디자인은 언제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디자이너는 새로운 사업의 기획이나 제품 기획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이제는 TCO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비용을 관리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사용자의 충성도와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시대다. 지금 필요한 것은 **TVE(Total Value of Experience, 총 경험 가치)**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TVE는 제품의 사용 기간 동안 사용자가 얻게 되는 경험의 질, 그로 인한 만족, 나아가 그 경험이 개인의 정체성과 삶에 기여하는 가치까지 포함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비용을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 전체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품이 주는 편리함, 안정감, 지속적 업그레이드 가능성, 공동체적 가치까지 모두 포함된다.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이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드웨어 자체의 가격 경쟁력보다 중요한 것은 그 위에서 제공되는 경험이다. 어떤 플랫폼은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수단을 넘어 문화와 사회적 연결을 형성한다. 사용자는 그 경험에 가치를 두고, 결국 그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에 충성한다. 자동차 역시 같은 길을 가고 있다.

PBV(Purpose Built Vehicle)는 바로 이 TVE 개념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모빌리티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운송 기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움직이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업무 공간, 휴식 공간, 엔터테인먼트 공간, 혹은 공동체를 위한 공유 공간까지, PBV가 제안할 수 있는 경험의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이 경험은 단순한 서비스의 차원을 넘어 사용자 개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경험의 가치가 곧 기업의 이익이 된다

과거에는 기업의 수익 구조가 단순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그 판매 차익을 통해 수익을 확보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용자의 경험이 곧 수익의 기반이 될 것이다. 사용자가 PBV를 통해 경험하는 만족과 충성은 단순히 한 번의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플랫폼처럼 확장되며, 추가적인 서비스와 문화적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단순한 자본의 증식이 아니라 이타적 가치의 실현이다. 사용자의 경험을 최적화하고, 사회적 기여를 확대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신뢰와 문화가 기업의 이익으로 되돌아오는 구조. 이것이 바로 TVE의 본질이다. “사람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라는 이타적 목표가 단순한 미사여구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디자이너의 역할: 가치를 조직하는 사람

디자이너는 이 과정에서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사용자 경험 전체를 기획하고, 그것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조직하는 역할을 맡는다. 어떤 소재가 더 친환경적인지, 어떤 배치가 사용자에게 더 유연한 경험을 주는지, 어떤 서비스가 공간을 더 의미 있게 활용하게 만드는지. 이 모든 고민이 디자이너의 몫이다.

PBV는 더 이상 단순히 철과 전자부품의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의 일상과 삶의 방식,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까지 담아내는 살아 있는 플랫폼이다. 디자이너가 이 플랫폼의 경험 가치를 설계할 때,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제조업체에서 사람들의 삶을 돕는 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하게 된다.

경험의 가치로 미래를 설계하다

우리는 지금 전환의 시대에 있다. TCO라는 개념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TVE, 총 경험 가치라는 더 넓은 프레임을 가져야 한다. PBV라는 새로운 모빌리티는 바로 이 TVE를 실현할 수 있는 무대이며, 디자이너는 그 무대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핵심적인 주체다.

결국 기업의 이익은 사람들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경험이 사회적 가치와 연결될 때, 기업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PBV는 그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앞으로의 기획과 디자인은 바로 이 지점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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