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Change the World 혁신의 시작

디자인이 삶을 바꾸는 순간

by Utopian

스티브 잡스의 바지 주머니 속 기기

스티브 잡스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그 작은 기기는 세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 이전에도 이미 수많은 기술과 제품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하나의 기기로 통합해 내는 통찰과 집요한 현실화의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스마트폰 세상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혁신은 기술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삶을 꿰뚫어 보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사실 이런 혁신의 순간은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 학생들의 인기투표라는 단순한 방식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낸 사례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10여 년 전, 학창 시절의 졸업동기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비슷한 수준의 가능성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결국 찻잔 속의 폭풍처럼 세상 밖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잦아들었다.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상을 흔들 만큼의 추진력과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다시, 그때와는 다른 무대에 서 있다.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영역, 그리고 그 속에서 PBV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출발선에 서 있다. 이 시작이야말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의 도전이다.

이번에는 단순한 시도로 끝나지 않고, 혁신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가치 판단이 세계적인 가능성을 스스로 꺾어버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해도 저질러야 한다.

'저지른다'는 표현이 무책임하게 들릴지라도, 이제는 후발주자나 패스트 팔로워라는 익숙한 전략 대신 불안정하더라도 가장 본질적인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만이 세상을 바꾼 건 아니다. 지난 50년간 수많은 혁신가들이 불가능해 보이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빌 게이츠는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하며 "모든 책상 위에, 모든 가정에 컴퓨터를"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기계였다. 하지만 그는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를 대중화하며 디지털 혁명의 기반을 닦았다.

제프 베조스는 1994년 차고에서 아마존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온라인 서점이었지만,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전자상거래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이제 아마존은 유통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장악하며 현대 비즈니스의 인프라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여러 산업을 동시에 뒤흔들고 있다. 테슬라로 전기차를 럭셔리 브랜드로 만들었고, 스페이스 X로 재사용 로켓을 상용화하며 우주 산업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그의 도전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998년 구글을 만들며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체계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검색 엔진이라는 단순한 도구로 시작했지만, 이제 구글은 정보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안드로이드, 유튜브, 구글맵까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디지털 경험에 구글이 스며들어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04년 하버드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학생들의 인기투표로 시작한 아이디어는 전 세계 30억 명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했다. 그는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재정의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DVD 대여 서비스에서 시작해 스트리밍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만 바꾼 게 아니라,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산업 구조 자체를 전복시켰다. 이제 모든 미디어 기업이 넷플릭스 모델을 따라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존 산업의 제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기존의 틀을 깨부쉈다. 기술은 도구였을 뿐, 진짜 혁신은 사람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 안에서 진짜 필요를 발견하는 통찰에서 나왔다.

PBV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산업의 기존 프로세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목적에서 출발해, 공간을 재정의하고, 그것을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구현한다면, 우리도 이 혁신가들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No guts, No glory.




미래를 만드는 방식

이제는 과거의 기억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미래를 열어가는 방식은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그 시나리오 위에서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다.

단순히 도전정신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가 정신이라 부르는 치열한 전략, 확신, 실행력이 함께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그 질문이 우리가 왜 PBV를 구체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한다.

사실 미래의 가능성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진 바 있다. 가능한 것들 중 일부만 골라내어 현실화해도 방향성은 충분히 잡힌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다수의 사람들이 '실제 삶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통적인 생산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프로세스는 혁신을 담아내기에는 지나치게 거대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전기차로의 전환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 기업과 새로운 기업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부딪히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의 대량생산 시스템에 익숙한 전통 기업들보다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 기업들이 더 자유롭게 혁신을 실현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원래 있어야 했다고 여겨지던 것들을 과감히 걷어내고, 꼭 필요한 것들만 효율적으로 수직 계열화하여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디자이너의 시선에서 본 PBV

새로운 모빌리티를 만드는 일은 결국 기존 자동차사의 혁신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통적인 생산 프로세스는 제조자가 중심에 서 있다. 엔지니어링과 기술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결국 '예쁜 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로서, 그 아름다운 스타일링이 단순히 전시장의 시선을 붙잡는 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용자의 삶 속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도구여야 한다.

PBV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인 차량은 외장 디자인이 우선이다. 벨트라인이라 불리는 창문의 기준선이 내려가고, 그에 따라 내장 패널이 시작된다. 결국 내장 디자인은 외장 디자인의 제약을 따라간다.

그 제약은 스타일이나 법규적 요구 때문에 만들어진다. 그래서 전시장 한편에서 소비자가 차를 흘깃 보는 순간, 혹은 도로에서 반대편을 지나가는 순간, 그 시선을 사로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PBV는 다르다. 목적 기반의 차량은 제조가 아니라 사용성을 기준으로 한다. 안에서 밖으로 디자인이 흘러나온다.

사용자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가 공간의 출발점이 된다. 그 안에서 인체공학적 배려와 기업의 수익성이 함께 고려된다.

지금의 푸드트럭이나 캠핑카 같은 특장차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PBV는 그것들을 단순히 이어 붙인 개념이 아니다. 다양한 사용성을 융합해, 더 범용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움직이는 플랫폼이다.

PBV는 '제품 생산의 공감'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공감'을 만든다. 이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개념적인 가치를 만드는 단계에 와 있다. 사람들이 그 가치를 공감하고, 그 안에서 삶을 확장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PBV는 진정한 힘을 가진다.


PBV, 가능성을 현실로

이제 PBV는 단순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로 세상과 맞닿는 단계에 있다. 우리는 이 기회를 단순한 후발주자의 자리로 남겨둘 수 없다.

PBV는 사용자 중심의 움직이는 플랫폼이자, 디자이너들이 상상하던 공간을 현실로 끌어내는 실험이다.

PBV는 결국 새로운 질서를 묻는 질문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생산과정과 시장의 논리에 갇힌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일 때 가능성은 열린다. 확실치 않은 가능성이라 해도, 우리는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

PBV는 안에서 밖으로 만들어지는 차다. 공간을 먼저 디자인하고, 그 안에서 삶이 흘러가게 한다. 엔지니어링과 기술은 그 공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기술과 디자인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

스티브 잡스가 그랬듯, 불가능해 보이던 기술을 하나로 엮어내고, 그것을 사람들의 삶 속에 가져오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혁신이다.

PBV 역시 그 지점에 있다. 이제 우리는 가능성을 공감으로 바꾸고, 공감을 팬덤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PBV를 디자인하는 이유이며,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시작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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