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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topian Nov 12. 2023

아무리 희망차도 현실은 차갑다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 #5

 작은 브랜드는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의 핵심 아이디어가 뉴스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뉴스가 미디어나 SNS를 통해 퍼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 남는 예산이 있다면 핵심 아이디어가 뉴스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에 활용하면 된다. 이런 제안은 십중팔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또는 받아들여졌다가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흐지부지되기도 한다. 한 가지 아이디어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불안한 것이다. 당연히 불안하다. 192


2017년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가를 상징하는 황소상(chargingbull) 앞에 작은 소녀상 하나가 만들어졌다. 당찬 표정과 자세로 황소와 마주 선 소녀상이 세워진 날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그 소녀상에게는 '겁 없는 소녀 (fearless girl)'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2주 만에 트위터에서 46억, 인스타그램에서는 7억 4,500만의 임프레션을 기록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이 겁 없는 소녀를 뉴스로 다루었다.


이 소녀상은 누가 왜 세웠을까? 미국의 자산 운용사인 SSGA가 자신들이 운용하는 SHE fund를 홍보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SHE fund는 여성이 리더이거나 주요 경영진인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여성의 날에 세워진 겁 없는 소녀상은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SSGA가 한 일은 소녀상을 제작해 황소 앞에 갖다 놓은 것이 전부였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뉴스를 만든 대표적인 사례이다. 193


생각이 예산을 줄입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생각을 듣는 사람들의 생각이 열려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것이 실행되었을 때 어떨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숫자로 변환해서 자신들을 안도하게 하는 면죄부를 요구한다면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그들의 머릿속에 혹은 마음속에 현실로 자리 잡기 어렵고 그렇다면 더 이상 미래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좋은 생각들이 받아들여지고 예산이 집행되고 현실화되는 상황은 결정을 하는 권한이 있는 누군가들이 비전과 미션을 인식하고 실행하고자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단지 이름 좋은 포지션으로 남고 싶은 사람들이 그 결정권자라면 사장되고 맙니다. 안타까운 현실은 많은 경우에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 급급하기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위의 사례와 같은 새로운 생각들, 효과적인 생각들은 수없이 많은 시도를 통해 겨우 살아남은 것이거나 탁월한 설득으로 선택된 사례일 뿐 그 과정이 어려워 좋은 생각들이라도 표현의 문제 결정을 하는 날의 분위기등 많은 변수에 의해 사라집니다.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시대는 작은 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그러다 큰 혁신의 불이 붙습니다. 한 번에 아이폰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사와 자료에만 의존하는 의사 결정은 뻔한 길로 가기 쉽다. 숫자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숫자이고 현상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인다. 그것들을 산술적으로 더하고 곱해 봐야 크게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다. 의사 결정자는 자신의 결정이 만들게 될 '마지막 장면'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장면에 맞춰서 필요한 자료들을 엮어서 추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탐정이 머릿속에 용의자를 그려놓고 증거들의 퍼즐을 맞춰보는 것과도 비슷하다. '마지막 장면'을 그릴 수 있는 상상력이 의사결정자의 중요한 덕목이다. 235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뢰 있는 숫자가 더 편하기 나름인데 숫자는 조작이 가능한 가장 신뢰성 있는 허구와도 같습니다. 그것을 잘 추려내어 진실을 담아낸다면 최고의 미래를 바라보는 거울이 되지만 누군가의 의도를 위해 조작된다면 반문할 수 없는 사실이 됩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조사의 결과보다 다양한 경험과 직감에 의한 상상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결정이라는 과정의 필수 조건입니다. 다만 그 위험의 크기를 생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리기 위해 필요한 조사와 경험을 쌓아두는 것입니다.

'No guts No glory'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면서 그것이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옳은 생각은 복제되는 순간 효력을 잃기 시작한다. 시장에서 선발 주자와 몇몇 (대부분 하나의) 후발 주자만이 살아남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코카콜라와 백 퍼센트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것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오리지널과 오리지널을 닮은 것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너무 분명하지 않은가?

웃긴 농담은 되풀이되는 순간부터 재미를 상실한다. 생각 역시 그렇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함이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란 뜻이다. 그 익숙함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의 잠을 방해하지 않고 수백만 가지의 의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큰 고민 없이 그 길을 선택한다. 그렇게 one of them이 되어버린다. 264 


새로운 일을 하는 과정은 항상 불안감이 뒤따릅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옳은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실패와 비효율성에 대한 걱정이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그리고 마무리가 되어갈 때쯤 변함없이 판을 뒤흔드는 빌런이 나타나던지 오류가 나타납니다.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이제 와서 어떡하나? 나의 미숙함이 드러나는 것일까? 이걸 할 수 있을만한 그릇이 되지 못할까? 이불킥을 수없이 하지만 시간은 지나가고 결국 마지막날이 되고 다행히 잘 지나가면 안도의 한숨을 쉬지만 지나고 보면서 느끼는 모자랐던 점 더 잘할 수 있었던 점이 미래에 대한 채무를 가진 것처럼 늘 맘속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 미래입니다. 완벽하게 준비된 미래는 영화에서나 있을법한 일입니다. 이젠 이런 이야기도 오픈엔딩이 되니 오늘의 실수에 자존감을 걸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열린 결말에서 사용자와 소통하고 오류와 실수가 있을지라도 이미 달라진 양식 있는 고객들과 소통하며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진정성 있는 사업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은 변화나 시도가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들도 있지만 여기에서도 소통이 존재한다면 해결책은 찾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차가운 현실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소통이 있어야 서로 손을 비벼 따뜻함을 만들어 냅니다.


브랜드의 마케팅이나 광고를 위해 브랜드 담당자들과 회의를 하다 보면 '과연 이들은 누구를 이기기 위해 이런 전략을 짰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경쟁자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첫 단계이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눈앞의 경쟁자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것은 옳은 방법일까?

 2006년 나이키는 경영 혁신을 선언하면서 자신의 경쟁 상대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고 선언했다. 아디다스나 리복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소비자가 핵심 타깃이라는 이야기이다.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경쟁 대상으로 삼았을 때와 플레이스테이션을 경쟁자로 삼았을 때의 전략은 크게 달라진다. 286


 경쟁상대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큰 그림에서는 기업의 방향성이 달라지면 그에 따릅니다. 애플은 컴퓨터를 빼면서 IBM 혹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경쟁이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바뀐 게 아닌가 합니다. 이젠 테슬라와 다른 레거시 오토메이커로도 발전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새로운 수준의 경쟁이 고정되지 않은 방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떤 가능성도 볼 수 있는 배려와 여유가 결국 모두 지속가능해지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기업의 체계도 상명하달이 불가능해지는 것이고 구성원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이 전문성은 경험과 직감이 만드는 실력이지 그간 쌓아둔 스펙은 아닙니다. 그래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할 때 당장자들의 의견의 합이 필요하고 결정권자는 이를 보장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리더십도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세상의 흐름을 읽어 나가고 그에 맞는 경쟁자와 전략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능동적으로 받아 적정한 경쟁상대를 선정합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혹은 정부에게 전략적인지원을 하는 팔란티어는 그저 모여있는 데이터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그것을 어떻게 정의를 내리느냐가 의미를 가지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에게 주어진 경쟁상대가 그저 있다고 가정하고 무작정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부여된 설정에 따라 경쟁상대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가, 우리는 어떤 정의를 가지는 가에 따라 브랜드의 가치가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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