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경주
족자카르타는 족자(Jogja)라고 불리는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 있는 옛 도시 (old city)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도 지금의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와 비슷한 것 같다. 발음이 참 애매한데 어떤 이는 욕야카르타, 어떤 이는 족자카르타라고 부른다. Y가 J발음이 되어서 줄여서 족자(Jogja)라고 부르는 거 같기도 하다. 필자는 편하게 족자라고 부르겠다. 족자에 가면 모두 족자라고 부른다. :-)
필자는 친구와 함께 족자에 수라바야 (Surabaya)에서 기차로 도착했다. 순전히 인도네시아 기차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시간은 5시간 정도였고, 특등석이었는데도 우리나라의 일반석 가격 정도였다. 기차는 깔끔하고 사람도 많이 없어서 비행기로 타고 오는 것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편하게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늘 비행기만 타고 다니다가 오랜만의 장거리 기차 여행이어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기차에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족자 기차역에서 첫 번째 목적지인 보로부두르 (Borobudur)로 어떻게 가느냐 였다. 오후에 도착했는데 점심을 먹지 못해서 우선 주변의 쇼핑몰로 그랩을 타고 갔다. 족자에서도 그랩은 금방 왔지만 기차역 주변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서 도로변에서 기다렸다가 탑승을 했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오랜만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잔하면서 보로부두르로 어떻게 갈지 검색을 했다. 버스도 있긴 있었지만 수라바야에서 등산을 하고 넘어온 거라 택시를 이용해서 편하게 가고 싶었다. 거리가 편도 한 시간 정도라서 그랩이 갈까? 가격은 비싸지 않을까? 하면서 그랩 앱으로 확인을 해봤는데 가격은 편도 3만 원 정도 했던 거 같다. 문제는 그랩 기사가 장거리 운전을 수락을 할 것이냐 걱정을 하면서 신청을 했는데 웬걸 바로 수락을 했는데 거리도 3분 거리에 있단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다 말고 들고 나왔다. 1시간 거리를 편도 3만 원에 가니 (인도네시아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 비싼 거지만) 피곤한 몸으로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드디어 왔다 보로부두르... 론니플래닛(Lonely Planet)에서 수년 동안 인도네시아 편 표지를 장식했던 곳이다. 서점에서 론니플래닛 인도네시아 편을 봤다가 여기가 어디지? 하면서 알게 된 곳이다. 처음 알게 된 후 실제 오기까지는 4-5년이 걸렸지만 (여행 적기를 놓치고, 출장과 겹쳐져서 못 왔었다.) 드디어 왔다!!
보로부두르는 미얀마의 바간 (Bagan, Myanmar),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Ankor Wat, Cambodia)와 함께 세게 최대의 불교 사원 중의 하나이다. 이 사원은 싱가포르에서 국부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탬퍼드 래플스(Stamford Raffles) 경에 의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래플스 경이 보로부두르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을 시켜서 발견했다고 한다. 199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 (UNESCO World Heritage)로 지정되었다. 보로부두르는 동서남북 각 140m이며, 면적은 12,000㎡, 정상까지 높이는 31.5m이다.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정사각형의 5층 기단 위에 원형의 3층 받침돌이 플랫폼 형태로 있고 그 위에 거대한 종의 모습을 한 불탑, 스투파(Stupa)가 올려져 있다. 각 스투파 안에는 불상이 들어있는데, 침임을 받았음을 알 수 있듯이 많은 불상의 머리가 잘려 나가 있다. 이 사원은 많은 것이 미스터리인데 언제, 누가, 왜 만들었지는도 모르고 이렇게 거대한 사원이 어떻게 버려져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건설 방법도 접착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쌓은 것이라고 한다. 당대의 놀라운 건축술을 추측할 수 있다. 우선 그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하고, 가까이 보면 이렇게 많은 스투파를 정교하게 만들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불상이 총 515개 있다고 하는데 각 수투파 안에도 있고 각 층 마다 불상이 있다. 그런데 최정상에 있는 거대 스투파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다는 설도 있고, 그 안에도 불상이 있다는 설도 있다. 일반 스투파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서 구멍 사이로도 불상을 볼 수 있었는데 최정상의 스투파는 완전히 막혀 있다. 그래서 해체를 안 하는 거 같기도 하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해가 뜨기 전에 보로부두르 정상에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호텔을 통해서 택시를 예약했다. 일부러 호텔을 보로부두르 바로 앞에 잡았기 때문에 걸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입구 방향이 반대쪽에 있었다. 구글맵으로는 멀어 보이지 않았으나 새벽 4시쯤에는 출발해야 해서 밤에 너무 위험할 것 같기고 해서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걸어왔으면 헤매느라 시간 좀 꽤나 허비했을 것 같다. 일출 투어는 택시를 추천한다. 호텔을 통해서 예약을 하면 편리하다. 입장료는 4만원 (USD 35) 정도 하고, 일출 투어 후 아침식사가 제공된다. 해가 뜨기 전에 정상에 올랐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원이 크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있는 스투파를 피해서 우리도 자리르 잡았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짙은 안개가 끼어있어서 제대로 된 일출을 보지는 못했다. 안개가 걷히니 해가 이미 뜬 후였다. 그래서 아침 햇살에 비치는 스투파는 정말 아름다웠다. 해가 뜨기 전에 라이트를 켜고 올라온 거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날씨가 밝아지면서 스투파들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장관이었다. 내려오면서도 각 층마다 다 돌아보느라 내려오는데도 한참 걸렸다. 그래서 조식을 먹으러 갔을 때는 거의 닫기 전에 들어가서 뷔페였는데 음식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도 호텔 조식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결론은 아침은 두 번 먹었다는 이야기...)
보로부두르에서 3K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불교사원이다. 보로부두르와 파원(Pawon)이라는 불교사원도 있는데. 이 세 개가 일직선상에 있다고 한다. 세 불교 사원이 정확하게 어떤 의식을 진행했는지는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쉬었다가 멘둣 불교 사원까지 그랩을 타고 와서 구경을 하고 있는데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제대로 못 본 것이 내심 아쉬웠다. 멘둣 불교 사원에서 하늘을 보는데 일몰 때에는 해가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이 일몰 투어도 진작 생각해봤었는데, 일몰 투어는 일출 투어만큼 많은 블로그를 보지 못했고 그다지 유명하지 않는데도 일출 투어랑 동일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해서 주저하고 있었다. 일출/일몰 투어 패키지 이런 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각자 구입을 했어야 했다. 좀 고민하다가 이번에 못 보면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몰라서 에라 모르겠다 싶어 그랩을 타고 호텔에 들러 삼각대를 챙겨서 허둥지둥 다시 갔다. 후다닥 표를 사고 다시 보로부두르 꼭대기로 뛰어갔는데, 다행히 일몰이 산자락에 걸려있었다. 필자에게는 일몰도 일출만큼 아름다웠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일몰 후 어두워지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몰 투어 입장 시간도 일출 투어가 끝나야 시작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일몰 투어 시간이 짧은 거 같다. 필자와 친구가 제일 늦게 나왔다. 입장료에 일출은 조식, 일몰은 석식이 포함되어 있어서 똑같은 식당에서 밥을 두 번 먹었다..
식사를 선택으로 하고 일출/일몰 패키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여행의 메인이벤트가 보로부두르 방문이었기 때문에 같은 곳을 두 번 들어와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기는 보로부두르가 멀리서 보이는 뒷산인데 구글맵에서 찾아서 가봤다. 솔직히 여기 이름의 한국어 발음을 찾지 못해서 영어식으로 읽어보았는데 정확한지 모르겠다. 나중에 인도네시아 친구에게 물어봐야겠다. 지금은 COVID-19으로 재택근무 중이라 만날 수가 없다. 아침에 그랩을 불러서 갔는데 상당히 외진 곳이었다. 산속 깊숙이 들어가서 나중에 그랩을 다시 부르기도 애매하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운전사도 눈치챘는지 자기가 기다려주겠단다. 원래 일출을 보러 가는 곳 같은데 그렇게 일찍 가기에는 부담스러워서 그냥 족자로 출발 전에 아침에 다녀왔다.
보로부두르에서 족자 시내로 돌아왔다. 원래 왕궁을 가고 싶었는데 늦게 도착해서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아쉬운 대로 타만 사리를 방문했다. (택시기사 말에 의하면 여기가 더 유명하다고 했다. 사실 목욕탕인데 말이다.)
타만 사리(Taman Sari)는 크라톤(Kraton) 왕궁의 남서쪽에 인접해 있는 별궁으로 하멩쿠보노 1세(Hamengku Buwono I)가 왕궁과 함께 세운 것이다. 타만 사리는 '꽃의 정원'이라는 뜻인데, 여러 개의 목욕장이 있어 '물의 왕궁'이라고도 불린다. 왕비나 후궁들이 사용하던 넓은 목욕장과 이를 둘러싼 복도, 왕실 전용 기도소, 물을 통하게 했다는 돌 침실, 흰 탑 등이 남아 있어 지난날의 영화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출처 : 두산백과)
보로부두르에 멀지 않은 곳에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힌두 사원인 프람바난이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족자 중심가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보로부두르 동쪽으로 프람바난이 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서로 다른 거대한 사원이 있다니, 자바 문화는 불교문화와 힌두 문화를 모두 받아들여 융화시킨 것 같다. 프람바난도 오랫동안 알려져 있지 않다가 CA Lons이란 네덜란드인에 의해 발견되었다. 보로부두르와 마찬가지로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가운데 사원이 로로 종그랑 (Roro Jonggrang)의 이름으로 유명하다. 로로 종그랑은 ‘날씬한 숫처녀’라는 전설이 있다. (출처 : 원더풀 인도네시아)
프람바난은 일몰 사진을 찍고 싶어서 일부러 늦게 방문을 했는데 운영시간이 일몰시간 바로 전에 끝났다. 인터넷에 있는 일몰 사진들은 아마도 허가를 받아서 따로 촬영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사원 앞에서 라마왕의 이야기를 담은 라마야나 (Ramayana) 춤 공연도 있는데, 이미 매진이라 갈 수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봐야겠다.
인도네시아 관광청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관광 공식 웹사이트 Wonderful Indonesia
숙소
Sheraton Mustika Yogyakarta Resort & Spa
이동수단
다음에는 미얀마 바간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