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도심에서 열리는 나이트 레이스 Night Race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 슬픈? 뉴스가 났다. 내심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정식으로 발표가 나니 기분이 착잡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올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포뮬러 1 그랑프리 경기(Formula 1 Grand Prix Race)가 취소가 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해마다 9월 셋째 주 주말 (금, 토, 일)에 포뮬러 원 경기가 열리는데, 작은 도시 국가에서 서킷을 가지고 있을 장소가 없기 때문에, 마리나 베이 지역의 일부를 막고 도심에 서킷을 만든다. 9월에 열리면 적어도 6월 말에는 서킷을 준비하는 공사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말이 많았던 거 같다. 하지만 결국 취소하는 것으로 되었다.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유럽의 몇 개국을 제외하고는 올해 모든 경기가 취소되었다. 베트남 (Vietnam) 같은 경우는 하노이 레이스 (Hanoi Street Circuit Race)가 처음 열리는 해인데 취소가 되어서 아쉬움이 있다.
포뮬러 원 (Formula 1)은 한국에서 2010년도부터 영암 서킷에서도 시작했지만 사실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서울에서 너무 멀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첫해부터 경기 운영 부족과 서킷 외의 인프라 부족으로 언론에서도 말이 많았기 때문에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싱가포르에 오게 되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도심에서 하고 밤에 하는 레이스라고 해서 호기심으로 처음 가보았다가 레이싱에 매료되었다. 그때부터 해마다 참여했는데, 2014년도만 싱가포르 경기 대신에 말레이시아 경기를 보러 갔다. 영국 여행과 일정이 겹쳐서 대신 말레이시아 경기를 보러 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말레이시아에 경기가 없어서 좋은 추억이 되었다. 한국에서 F1이 열리지 않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뉴스에 나온 이야기와 싱가포르에서의 경험을 비교하면 왜 한국에서 잘 안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비교하기 위한 글이 아니니 따로 언급을 하지는 않겠다.)
필자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그랑프리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세계 유일의 도심에서 밤에 하는 레이스이다.
매일 레이스 후에 유명 가수가 공연을 하는데 공연의 퀄리티가 매우 높다.
도심에서 열리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높다.
서킷 파크 (Circui Park)의 관리가 매우 잘 되어있다. (입/출입, 파크 내 식당 관리 등등)
F1 경기 외에도 페라리 컵, 포르셰 컵 경기가 같이 열린다.
그러나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단점도 있다.
F1 머신의 소음으로 인해 관람객 외의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준다.
서킷 파크를 도심에 만들기 때문에 일부 관광 구역이 폐쇄된다. (싱가포르 플라이어 등)
외부 음식이나 음료수 (물 제외) 반입이 금지되어있는데, 역시 서킷 파크 안의 물가가 비싸다.
비싼 입장료
도심에서 레이스가 열리는 국가가 싱가포르 외에도 몇 군데 있다. 모나코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 레이스이다. 하지만 모두 낮에 레이스가 시작된다. 그동안 밤에 열리는 레이스는 싱가포르가 유일했는데, 2020년에 첫 경기가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도 도심에서 열리는 나이트 레이스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올해 경기는 취소되었다. 낮에는 매우 더운 싱가포르이지만 밤에 아름다운 서킷 불빛과 스카이 라인 그리고 선선한 바람으로 인해서 레이스를 즐기는데 더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그랑프리 입장료는 비싸기로도 유명하지만, 그럼에도 추천하는 한 가지 장점은 밤마다 열리는 콘서트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필자가 봤던 콘서트만 대충 생각해도 봐도, 빅뱅 (Big Bang), 주걸륜 (Jay Chou), 마룬 5 (Maroon 5), 케이티 페리 (Katy Perry), 저스틴 비버 (Justin Bieber), 리한나 (Rihanna), 본 조비 (Bon Jovi), 한스 짐머 (Hans Zimmer), 패럴 윌리엄스 (Pharrell Williams), 카일리 미노그 (Kylie Minogue), 퀸 + 아담 램버트 (Queen + Adam Lambert), 캘빈 해리스 (Calvin Harris), 아리나아 그란데 (Ariana Grande), 체인 스모커스 (The Chainsmokers), 마틴 개릭스 (Martin Garrix), 두아 리파 (Dua Lipa), 그웬 스테파니 (Gwen Stefani), 레드 핫 칠리 페퍼 (Red Hot Chilli Peppers), 뮤즈 (Muse),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Swedish House Mafia) 등등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런 메인 공연 외에도 서킷 파크 곳곳에 작은 공연장이 있고 쉴 새 없이 공연이 있다. 싱가포르의 레이스는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공연료도 매우 비싸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다면 더욱 추천한다.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는 레이스를 보다가, 맛있는 것을 먹다가, 공연을 즐기다가, 또다시 레이스를 즐기면 된다.
싱가포르 서킷의 이름은 마리나 베이 서킷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싱가포르 하면 유명한 마리나 베이 샌즈가 있는 곳에서 레이스가 열린다. 시내 중심가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매우 좋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보통 밤 11시, 마지막 경기는 밤에 열려서 공연이 끝나면 보통 자정이 넘는다. 이때는 보통 지하철이 끊기는 시간이지만, F1 경기가 있을 때에는 새벽까지 운행한다. 주변에 호텔 등 숙박시설이 매우 잘되어있기 때문에 관광객들도 불편함 없이 복귀할 수 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경기 운영이 매우 잘되어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 외에는 말레이시아 그랑프리만 가보았기 때문에 다른 경기들과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F1 참가 내내 운영 미숙으로 인한 불편 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예를 들면 F1 경기 관람석에서는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다. 뒤 사람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 구역마다 담당자가 있고 관객 관리를 매우 잘하기 때문에 앞에 우산이나 일어나는 사람으로 인해서 시야가 가려질 일이 없다. 곳곳에 인포메이션과 응급실도 잘되어있어서 관람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경기 시작 몇 달 전부터 지원자들을 모집해서 오랫동안 훈련시켜서 경기에 투입된다.
그랑프리는 보통 3번의 연습 (Practice)과 경기 시작 위치를 정하는 퀄리파잉(Qualifying) 그리고 레이스 (Grand Prix)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금요일에 2번 연습, 토요일에 1번의 연습과 퀄리파잉을 통해서 폴 포지션 (Poll Position)을 정하고 일요일 저녁에 레이스가 시작된다. 그렇게 되면 남은 시간에는 서킷에서 아무 일도 없어서 관람객들은 필히 심심할 것이다. 그 외에는 먹는 것과 공연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그것들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우리는 자동차 경주(F1은 자동차가 아니고 머신으로 불린다. 오직 속도만을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를 보러 온 것이다!! 그래서 F1 경기 외에도 보통 2-3개의 레이스가 같이 운영된다. 2019년에는 페라리 챌린지 (Ferrari Challenge)와 포르셰 카레라 컵 아시아 (Porsche Carrera Cup Asia) 경기가 동시에 열렸다. 고성능 자동차들의 경기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경기들도 각각 연습 경기, 레이스 등이 있기 때문에 보통 오후 2시경부터 저녁 10시 까기 레이스가 계속 진행된다.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그랑프리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3일 동안 열리는 경기 동안에 도심 길을 막아서 교통이 불편해지고, 소음으로 인해서 레이스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불식시키는 이유가 있으니 바로 관광수입과 관광객 수다. 싱가포르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째 열리고 있는데, 11년 동안의 수입이 14억 불이다. 최소 헤매다 3일 동안에 1억 불씩 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광객 수도 2019년 기준 3일 동안 26만 명이 방문했다.
또한 입장 시 생수 외에는 음식물 반입이 금지이다. 그러나 서킷 파크 안에 싱가포르의 유명 레스토랑들이 임시로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가격이 비싼 것은 사질이지만 음식의 퀄리티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손해 본다는 생각은 안 든다.
싱가포르의 포뮬러 원 경기는 밤에 열려서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처음 방문하는데 3일 티켓을 구입 (가장 저렴한 서서 보는 티켓이 25만원~ 30만원 정도 한다.)하기는 분명 부담스럽다. 그리고 F1 경기 때는 비행기 표 값과 주변 호텔 가격이 모두 급상승한다. 필자는 보통 1년 전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다음 연도 티켓을 팔기 시작한다.) 슈퍼 얼리 버드 티켓을 구입한다. (사실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일 년 전에도 F1 경기 기간의 호텔 가격은 이미 비싸다. 말도 안 되게... 그래서 F1 마니아가 아닌 이상, F1만 보러 싱가포르 방문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렇지만 만약 여행의 타이밍이 좋아서 F1 주간에 싱가포르에 있다면, 필자는 3일 티켓보다 토요일 티켓을 추천한다. 3일 중 일요일 레이스가 제일 비싸지만, 토요일에 있는 퀄리파잉 때에도 출발 순서를 정해야하기 때문에 드라이버들이 전속력으로 달린다. 레이스는 아니지만 F1 머신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가 언제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