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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태 Dec 25. 2023

여유, 시간의 상대성

눈 내리는 성탄절 아침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여유롭게 커피가 있는 아침을 맞으며, 눈 내리는 탄천을 내려다본다. 



이미 십 년도 더 지난 어느 겨울 아침들이 떠오른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봐야 했던 빡빡한 젊은 날들이었나 보다. 


그래도 놓치기 아까운 주말의 시간들을 잡아보겠다고, 주말 새벽스키를 즐겼던 그때ㆍㆍㆍ 

어두운 새벽길을 차로 달려, 몸조차 가누기 힘든 방한복에 장비들까지 걸머 지곤, 7시 개장시간에 맞춰 리프트를 올라탄다. 


아직도 채 동이 터지 않은 새벽공기를 가르며 거의 45 도급 경사를 미끄러져 내려올 때 느꼈던 그 짜릿한 황홀감... 


주말 긴 줄 서기도 필요 없는 새벽 스키의 여유로움에 2시간이면 거의 20여 차례에 가까운 스키잉으로 다리가 후들거려 왔다... 브레이크를 잡을 수 조차 없을 정도의 무감각이랄까.. 


아무튼 그리 겨울 새벽을 나 홀로 즐기곤, 오는 길에 해장국까지 챙겨서 돌아와도 10시 30분경,  11시도 채 되지 않았다. 


가족들 깨워 함께 주말 해장국 브런치를 즐기곤, 다시 회사로 나가 남은 오후 시간을 채우곤 했던 그런 빠듯한, 하지만 여유로왔던 젊은 날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그땐 그랬었다. 

그러면서도 되뇌었었다, 언젠가 이 놈의 회사를 때려치우게 되면, 그땐 정말 여유롭게 스키를, 그리고 인생을 즐기겠노라고... 



이제 그토록 그리던 구속받지 않는 그 시간들을 맞고 있다. 

그날과 같은 눈 내리는 겨울 아침이다.


지금 여기는?

이미 돌아오고 있을 10시가 지났건만, 추위가 두려워 집안조차 떠나지 못하고 그저 창밖만 내다보고 있다.

스키는 그때 이후로 잊은 지 오래다. 


훨씬 더 많은 구속받지 않은 시간들이 있지만, 여유로움이 아니라, 

지겨움, 또 다른 답답함으로 느껴지고 있다. 


'여유'! 

"시간이 없어서.."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바쁘다'의 다른 표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시간'이란 상대적일 뿐, 스스로의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임을 알아차리는 데까진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빠서 못하는 게 아니라, 각박한 마음이 만들어 놓은 생각의 울타리에 스스로 갇혔을 뿐... 

지금보단 오히려 그때가 진정 여유로웠고, 순간을 즐겼음을.. 


아니,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애 가장 젊고 여유로운 시간임을,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임을... 


다시 이런 생각들에서 깨어나, 창밖을 내려다본다. 

어느새 더 굵은 눈송이들로 하얀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하양이 만든 뿌연 세상이다.


상큼하다.


잠시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참,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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