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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태 Dec 29. 2023

속도의 상대성

자전거를 타다 느낀 생각

지난 6월 중순 어느 날, 자전거 라이딩 중에 적어둔 메모를 올려본다.


같은 길인데 다르다.

일시가 다르고, 와닿는 바람이 다르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다르다, 그때그때ㆍㆍㆍ


추월해 가는 로드족들이 부럽기도, 질주를 자극하기도 한다.

내 앞 길을 막고 어슬렁거리는 따릉이, 뚜벅이님들 또한

짜증 어린 답답함을 안겨준다.


잠시 멈추고 선다.

여기서 보먼 끝인데, 저기서 보면 시작이란다. 

???!!!


살포시 눈을 감고 밖으로 나간 마음을 안으로 불러본다.


어느 것이 진짜 속도인가?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달려주는 평균 시속 20km?

멈추고 선 지금의 0km

순간 어리석음에 씁쓸한 웃음이 난다.


어차피 내가 올라탄 지구는 시속 1,600여 km(*적도기준)로 제자리를 맴돌면서도 태양 주위를 초속 30 km (시속 107,000 여 km)로 달리고 있는데.ㆍㆍㆍ


자린이 석 달, 한강 3번째, 경주형 로드에 대한 욕심과  유혹도 여기 내려다 두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난 그냥 이대로가 좋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행복을 느낀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 했던가? 

한걸음, 또 한 걸음의 페달질이 이어져 길을 간다.

좀 전의 페달질이 연결된 지금이 그 결과이고, 지금의 페달질이 또 다음 순간 맞이할 그곳으로 연결해 줄 뿐이다.


오른발, 왼발이 번갈아 페달을 밟는 느낌에서, 앞서가는 자전거, 보행자, 돌부리, 요철, 그리고 바닥의 지렁이에 이르기까지 수도 없이 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그 알아차림을 유지한 채, 매 순간  펼쳐지는 지금 이 순간의 광경 속으로 젖어든다. 

그저 어우러진 하나일 뿐이다.


바람이 분다. 때론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식혀 주는 맞바람이라 좋고. 때론 등을 떠밀어 페달질을 쉽게 도와주는 뒷바람이라 더욱 좋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걸음걸음, 혼자 달리는, 결국은 혼자 가야 할 길이지만,

함께 달리는 이들이 있어 에너지를 나눌 수 있어 좋고,

혼자 달리는 길에 마주치며 웃어주는 사람들, 꼬리 흔들어 주는 강아지, 열심히 꿈틀거리며 경주하자는 지렁이, 조롱하듯 자유롭게 나는 새, 힘내라 격려하는 바람과 나뭇잎...

결국 무수히 많은 인연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마음 문을 닫았기에 외로왔을 뿐, 함께임을 알아차리고, 포용하는 순간, 외로움은 사라진다.


함께여서 감사하다! 어우러져서 평화롭다!

행복하다!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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