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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태 Dec 31. 2023

108배와 함께 여는 새해

생활명상

어느덧 시간은 또 흘러, 한 해의 끝에 서있다.

많은 이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는 그런 시간을 맞고 있다.


오래전 바쁘고 분주한 일과 중에도, 108배로 시작했던 하루를 떠올려본다.
여행이나, 출장 중에도 거름이 없이 5년여 동안 계속되었던 일상이었다.   


108번을 세는 것만으로도 번뇌망상으로부터의 멈춤과 비움을 통한 해방, 그리고 집중과 몰입의 15분이었다. 이어지는, 가빠진 숨과 뻐근해진 몸을 잠시 쉬게 하는 좌선은 더없이 맑은 정신과 마음으로 하루를 열어갈 수 있는 청정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게 해 주었었다.


심신일여(心身一如)라 했던가, 한 호흡을 통해 내 몸과 마음 상태를 점검하고, 잔뜩 쌓였던 스트레스와 번뇌를 털어내는 그런 소중한 시간들...

*108 배 수행: 우리의 몸과 생각 <6 감각기관: 안(눈)이(귀)비(코)설(혀)신(몸)의(생각)>이 인식의 대상<색(모양/색깔), 성(소리), 향(냄새), 미(맛), 촉(촉감), 법(생각의 대상)>을 만나 만들어 낸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108 번뇌를 참회하며 이를 끊어내기 위한 결의를 다지는 수행 [6감 x 6 대상 x 3세 = 108]



나약한 인간이다 보니 스스로 마음단속이 쉽지 않다. 거꾸로 몸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으로 들어가 본다.


들어오는 숨을 따라 뻐근하고 지친 내 몸의 피로를 알아차리고,

돌아나가는 숨을 따라 뭉친 근육들을 어루만져 준다.


들어오는 숨을 따라 일상사에 지친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아나가는 숨을 따라 엄마의 손길로 다독거려 준다.  


이렇게 몸과 마음을 오가며 일어섰다 앉았다를 하다 보면 어느새 108배에 이른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며, 잠시 명상으로 이어간다.

몸과 마음도 호흡을 따라 제 자리를 잡아, 한결 평안해진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이라 했다. 그 형식이나 진중한 환경과 다짐만이 알아차림과 통찰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던, 가버린 과거에 연연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로 미루지 말고, 마주하는 매 순간에 대한 알아차림을 가져가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란 뜻이다.  생활명상이란 말처럼, 설거지를 하면서도,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움직임과 순간에 대한 알아차림을 놓지 않는다면 그 또한 명상이다.

* 행주좌와 어묵동정: 걷거나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또는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 즉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느 순간에도 알아차림을 유지한다면 선 수행이 아닌 것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 했던가?

며칠을 고민해도 풀리지 않았던 난제들에 시달리던 번뇌를 108배+명상을 통해 비우고 나니, 오히려 그 해답이 번쩍 떠오르던 기억들도 살아난다.


해결하려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비우고 있노라면, 머릿속에서 슬라이드쑈나 메모패드처럼 변수와 아이디어들이 서서히 지나가고, 무심하게 지켜만 보던 기억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번쩍하며 번개 치듯, 정리된 해결책이 떠올랐던 그런 경험들 말이다.


일석 삼조라 했던가?

108배야 말로 몸과 마음을 단련해 주는 가장 가성비 높은 수련법이니, '움직이는 명상'이라 칭할 만하다.

108배가 가져다준 맑은 머리와 가슴속은 지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갈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채워졌고,

복잡한 일상 업무에 대한 해결방안까지 제시해 주곤 했다.

나아가 단단해진 하체로 골프 비거리는 늘어나고,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퍼팅 수는 줄어, 골프에 목메든 옛날과 달리, 가끔씩 치지만, 이기거나 보여주려는 골프가 아니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골프역량까지 덤으로 주어졌으니....   

* 108배의 건강효과: 절을 하면 엎드렸다 일어서는 과정에서 전신 근육을 자극해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허리와 배를 굽혔다 펼 때는 복부를, 몸을 굽히는 동작에서 골반과 엉덩이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 체지방 연소에도 도움 된다. 20분 정도 시간이 소요되며 남성은 144kcal, 여성은 100kcal 정도 소모된다. 몸을 구부리고 머리를 숙이는 과정에서 혈액이 머리까지 충분히 공급되는 걸 도와줘 뇌에 충분한 영양소 및 산소 공급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두통이 해소된다. <출처: 헬스조선,  2017.11.22>



다소 움츠리고 우울했던 임인년 호랑이를 보내며,

한동안 접어 두었던 108배를 다시 펼쳐, 비상하는 청룡과 함께 새해를 열어보고자 한다!



<절의 동작 흐름도>

108배 동작은 '시작자세(합장)-무릎 꿇기-엎드리기-상체 일으키기-일어서기'순으로 진행된다.

그림출처: <스스로 절절절> 향산 지음, 클리어마인드, 2022.10.20
* 준비물: 절 방석, 엎드려 앉아 손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의 길이(약 90~110cm)를 가진 긴 방석. 가능하다면 탄력 있는 요가매트(방석보다 긴 매트)를 깔고 그 위에 절 방석을 길게 놓아 충분한 쿠션을 확보하는 것 이 발과 무릎보호에 좋다. 무릎보호를 위해 쿠션이 충분한 방석을 권한다. 
* 준비 운동: 전신을 사용하는 근육운동이므로, 절하기에 앞서 전신 스트레칭(목, 허리, 팔, 다리 등)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도록 한다.
* 시작 자세:
- 양 발은 가지런히 모으고 방석 위가 아니라, 방석 끝부분 (요가메트 위)에 선다. (일어서고 앉음에 따라 방석이 밀리지 않도록)
- 손은 손가락을 모아 펴고, 펼쳐진 두 손바닥은 서로 마주하게 모아 합장 자세를 취한다.  
* 무릎 꿇고 엎드리는 자세:
- 발 뒤꿈치는 살짝 들고, 발 앞꿈치로 앉아 방석의 중앙부에 무릎이 닿게 한다.
- 상체를 방석과 수평되게 숙이고 두 팔은 쭉 뻗어 방석 상단 끝부분에 닿게 양손으로 짚는다.
- 복부가 하체에 닿고 이마는 방석에 닿을 정도로 숙이고, 팔꿈치가 방석에 닿은 상태에서 두 팔(하박부)을 를 들어 올려, 두 손은 양쪽 귀옆으로 오게 한 후,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한다.
* 상체 일으키고 서는 자세:
- 다시 양손으로 방석을 짚고 두 팔은 쭉 펴진 상태에서 무게 중심이 무릎으로 가도록 이동한다.
- 발 앞꿈치에 중심을 두고 상체를 일으켜 세워 똑바로 선다.
- 앉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어설 때도, 허리와 무릎의 힘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꿈치와 발가락 힘으로 동작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마무리 좌선:
- 가능한 108배를 마친 후,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지 않고) 잠시 좌선 자세를 취하고 각자의 시간적 여유에 따라 10분 ~ 1시간 정도의 명상으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필자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15분~30분 정도로 좌선의 시간을 이어갔다.
* 호흡:
- 복부가 팽창되는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복부가 수축됨에 따라 숨을 내쉬는 복식호흡을 통해, 자연스러운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무리하게 숨을 참고 내뱉기 보다는, 엎드리면서 복부가 다리에 닿아 상체가 완전히 접히는 기점에서, 숨이 완전히 내뱉아져 나가고, 접혔던 복부가 다시 팽창함에 따라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는 포인트를 중심으로 큰 호흡의 흐름은 유지하되, (무리하게 통제하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드나드는 중간중간의 짧은 호흡은 그냥 내버려 두어,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호흡이 되도록 한다.
* 횟수 및 시간:
- 절 운동은 움직이는 명상이라 할 수 있다. 마음을 정화하고, 108가지 번뇌를 끊어 내겠다는 굳건한 결의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108배를 목표로 의식화되어 절을 하고 있으나, 몸의 상태나 환경에 따라 적절한 횟수로 진행하도록 하되, 한 번의 절이라도 움직임의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108배에 약 15분 정도가 소요되나, 소요 시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 좌선과 마찬가지로, 한 번에 오래 하는 것보다, 꾸준히 매일 하여 생활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세기, 읽기 또는 듣기: 절 횟수에 따라 숫자 세기를 하는 경우가 많으나, 진언 또는 만트라를  되뇌기도 하고, 108 참회문 또는 발원문을 읽거나 녹음된 음원을 들으며, 수행하기도 한다. 번뇌망상에서 벗어나 알아차림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 필자의 경우, 절 횟수 세기는 108 염주를 한 알씩 굴리는 방법으로 하고,  "옴마니반메(선 자세에서 천천히 앉으면서) 훔~(완전히 상체가 접혀 복부에 찼던 마지막 숨까지 빠져나가면서)"에 맞춰 날 숨을, 다시 상체를 들어 똑바로 서기까지는 들숨으로 이어가는 큰 흐름의 유지에 중심을 두었다.
- 옴(우주)마니(지혜)반메(자비)훔(모든 존재): 온 우주에 충만하여 있는 지혜와 자비가 이 땅의 모든 존재에게도 실현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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