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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Sep 30. 2015

놈의 한끝

육아일기


9월29일 화요일

(1살 + 63일)



놈의 한끝


때는 바아흐로 2015년 추석연휴 첫날이었다.

친가 훼미리와 기분좋은 추석디너모임을 갖고,

다음날부터 계획된 제천소재

2박3일 리조트 여행을상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잠들기 이른다.

헌데 그날 밤...

설마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상상 해본 적없는 일이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2박3일의 황금 연휴를 앞두고 일어난 일 치곤

감당하기 쉽지않았음

연휴의 막바지인 이제서야 토로하는 바다.


가슴 아픈 이유는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는 것.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단지

게으름과 자만이란 두 단어만 멤돌뿐.

가장이 된 이래  

지난 수개월간 나와 내 가족을 괴롭혔던 그놈들에게

무방비로 당할 줄이야...

라스트 한방이 있는 놈들이었다.


놈들과의 인연_

밤새 쫒아본적도 있고

구석구석 스프레이를 살포하는등

나름 대책을 강구했었지만,

만족한 해결책은 없었다.

피로와 번민에 사로잡힐 즈음 

무심코 열어본 이메일속에서 한장의 사진보게된다.

근사한 모기장의 모습이 담겨져있는 사진의 발신인은 G마켓이었고, 주저않고 결제 했다. 

당일 배송된 특가 상품은 당일 밤부터

올여름 내내 우리가족의 밤을 지켜주었다.


새벽에 문득 깨는 일도,

커튼을 들춰보는일도,

지의 패턴 사이사이를 꼼꼼히 살피는 일도 없어졌다.

더불어

2살배기 세중이의 몸 군데군데 자리한 부푼 선홍색상자욱도 무뎌졌고,

징징대며 머리긁적이는 소리도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덧

쌀쌀한 기운이 여름의 밤더위를 몰아내며 가을은 찾아왔고,

놈들에 대한 반감도 좀재감도 잊혀진지 오래였다. 

더불어 모기장 치는일이 번거로지면서,

존재의 고마움도 잊혀지고 있었다.


돌돌말린 모기장이 세중의방 한구석 후미진곳의 스탠 아래 깔려있던 추석연휴 첫날밤,

가을치고 유별나게 기온이 상승했던 그날 밤,

친가 훼미리 디너모임을 다녀온 난

귀찮은 몸과 마음으로

2살배기 세중이 옷만 잠옷으로 갈아입히고,

씻기지 않은채로, 나도 씻지 않은채로

평소때와 다름없이 세중이 옆에 엎어져 누웠다.

‘내일은 2박3일로 놀러가는날……ㅎㅎㅎ’

들뜬 마음가짐으로…

그러다가

중간에 잠에서 깨게 된 이유는

간지럽고 성가신 소리때문이었다.

‘윙윙’ 소리가 짜증스러워 깨어났고

동시에

옆의 자고있는 세중이의 얼굴을 보았다.

하마터면 소리지를뻔한것을 간신히 참았다.

쇼크를 받고만 것이다. !

믿기 힘들었다.

나 역시 모기에 물려 온몸이 근질근질했지만

2살배기 세중이의 얼굴은 아예 퉁퉁 부어있던 것.

상태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모기에게 물려 얼굴의 실루엣이 변하다니 !!!!

긴팔 잠옷을 입혔기에 놈들이 얼굴로만 공격한 것.


당황한 마음을 추스리고

효능으로 으뜸인 올가의 유기농 모기약을

재빨리 가져와 얼 곳곳에 듬뿍 바르고

자고있는 세중이 옆에 앉아 놈들을

한놈 한놈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후...

3놈이 저승행 열차를 탔고

나는 잠들었다가도 여러차례 벌떡 어나

주위를 살폈다.

다음날이 되니

다행히도 붑기가 많이 가라앉은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기약의 효능에 감탄했지만,

죄책감에서 자유로울순 없었다.

그리고

우린 2박3일의 여행길에 올랐다.

부은 세중의 얼굴과 첫대면한 마누라의 비명소리와 함께


충북 제천의 리조트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는 내내

아들의 얼굴에 난 선홍빗 자국들이 눈에 밟혔다.

얼굴에만 너무 많이 물린탓에

피해서 촬영할 방법이 없었기에...

할아버지와 찍은 사진에도,

엄마와 찍은 사진에도,

잔디에서 노는 사진에도,

염소와 찍은 사진에도

모기에게 뜯긴 아픈 사연 고스란히 담겨져

글로써 나마

아픔을 추억으로 재해석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오늘밤 든든한 모기장안에서 안전하게 자는 아가의 모습이 사랑 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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