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파묻히는 행복한 설날 연휴

by 나디아

"책에 파묻혀 연휴를 보낸다"는 말만큼 설레는 계획이 또 있을까.

누군가는 제주에 살면서 좋은 곳을 많이 다녀야지, 책을 보고 있음 되겠냐고 하겠지만, 나에게는 진심으로 바라는 연휴의 모습이다. 사실 집에서만 읽는 건 아니고 아이들과 차에 원하는 책을 몇 권씩 싣고 간식을 챙기고 야외로 나가기도 한다. 어떤 날은 캠핑 의자를 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차 의자를 눕혀 뒷좌석에서 읽는다.

집에서 읽는 것이 공부처럼 느껴진다면, 밖에서 읽는 것은 나들이로 느껴지기 때문에 아이들도 더 좋아한다.


나의 목표는 설날 전날 음식을 빨리 해놓고 도서관에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설날 연휴에 제주시내 모든 도서관 자료실이 휴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휴 내내 읽고 싶은 책이 많았고, 다음 달 책마법 독서모임에서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며칠 동안 책 리스트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초등 3학년, 4~5학년, 6학년, 중학생. 각 학년별로 한 달에 네 권씩 읽을 책을 골라야 한다. 온라인 서점 리뷰를 뒤적이고, 추천 도서 목록을 검색하고, 독서토론 대회나 독후감 대회 선정도서, 교과수록도서, 각 기관들의 추천 도서를 뒤졌다. 그렇게 만든 리스트를 손에 쥐고 설날 연휴 전날 도서관으로 향했다.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만 권의 책을 누구나 무료로 빌려볼 수 있다는 것. 최신 베스트셀러부터 오래된 고전까지, 아동 도서부터 전문 서적까지, 이 모든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만약 도서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과 책을 읽기 위해 서점에서 수십 권을 직접 구매해야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직접 사기 전에는 그 책이 정말 아이들에게 맞는지 아이가 좋아할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도서관이 있기에, 우리는 다양한 책을 읽어볼 수 있다. 빌려서 읽어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면 되고, 아니면 다른 책을 찾으면 된다. 이런 시스템을 누릴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다.


나는 다음 달 선정 도서 목록을 들고 초등 3학년 책부터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리스트에 적힌 책을 찾다 보니, 계획에 없던 책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아, 이 책도 좋은데.' 한 권을 꺼내 펼쳐본다. 첫 페이지부터 흥미롭다.

'이건 꼭 함께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또 한 권을 집어든다. 이번에는 삽화가 마음에 든다.


서가를 천천히 훑으며 책 속에 파묻히는 동안, 내 손에는 어느새 여러 권의 책이 쌓였다. 학년별로 딱 네 권씩만 골라야 하는데, 매달 책을 고를 때마다 아이들과 읽고 싶은 좋은 책이 너무 많아 정말 어렵다.

'이 책은 다음 달로 미룰까?'

'아니야, 이건 지금 읽어야 해.'

혼자 중얼거리며 책을 이리저리 옮겨놓았다. 하지만 이런 고민조차 사치스러운 행복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 왜 이렇게 많은 걸까.


결국 나는 학년별로 네 권만 고르려는 원래 계획을 포기하고, 일단 마음에 드는 책은 다 빌리기로 했다. 연휴에 천천히 읽어보고, 그중에서 최종적으로 선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방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설렜다. 잔뜩 빌려온 책들을 생각하니 얼른 가서 책을 펼쳐보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 대출해 온 책들을 거실 바닥에 쫙 펼쳐놓았다. 스무 권이 훌쩍 넘는 책들이 작은 언덕처럼 쌓였다. 이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읽고 싶은 책이 이렇게나 많다니. 다음 달에 아이들과 함께 이 책들을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날 전날 명절 음식을 준비해야 했지만, 빠르게 할 생각이다.

'빠르게 단 시간에 끝내고 책을 봐야지.'

'아이들이랑 야외로 책을 들고나가봐야지.'

책에 파묻혀 보내는 연휴. 생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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