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당신이 시의회 의원으로 있을 때 한 일을 생각해봐요. 현 시장이 주장한 버스 환승시스템 계획 말인데요.. 그거 실효성이 부족하다는데 분명히 동의하지요? 근데 당신은 그 계획을 지지했잖아요...."
"당신은 한 사람당 4천 달러 이상 받으면 안 되는 선거기부금을 넘겨받아서 선거기금위원회로부터 벌금을 물었으면서 뭐 큰 소리요?"
"여러분, 경력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내가 시장이 돼야 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나서서 깨끗한 시정부를 만들겠습니다, 저를 밀어주십시오"
호놀룰루 시장 후보들이 처음 토론을 했다. 하버드를 졸업한 필리핀계 무피 헤네만과 의사 출신의 백인 듀크 베이넘 후보. 누가 될까?
(2004. 6.10)
내가 처음 하와이에 왔을 때 호놀룰루 시장은 제래미 해리스였다. 해리스는 델라웨어 출신의 백인으로 하와이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2004년까지 호놀룰루 시장을 했으니 꽤 오래 한 편이다. 후에 민주당 후보로 주지사에 도전하기도 했으나, 그의 독립적인 정치성향을 못마땅해한 민주당의 신임을 받지 못해 일본계 메이지 히로노에게 민주당 후보의 자리를 내주었다. 히로노는 하와이의 절대적인 민주당 지지를 업고서도 린다 링글 공화당 후보에게 밀려 주지사 선거에서 패했다. (그러나 히로노는 나중에 연방상원의원에 당선되어 2013년부터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해리스 후임 호놀룰루 시장은 무피 헤네만이다. 헤네만은 어린 시절을 칼리히에서 보낸 사모안계다. 공립학교를 다니다 하와이의 명문 사립 이올라니 스쿨에 장학금으로 입학하고 하버드대학을 졸업했다. 키가 엄청 커서 (6피트 7인치) 농구와 풋볼을 했다. 이올라니로 돌아와 역사 교사와 풋볼 코치를 하다가 정치에 입문한 케이스다. 헤네만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호놀룰루 시장을 했다. 그러나 1986년 연방하원 선거, 1990년 연방하원 선거, 2010년 주지사 선거, 2012년 하원의원선거, 2014년 주지사 선거, 2020년 호놀룰루 시장 선거 재도전 등에서 모두 패했다.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의 호놀룰루 시장은 피터 칼라일이다. 칼라일은 뉴저지 출신의 백인으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심리학과 영어를 전공하고, UCLA에서 로스쿨을 다닌 후 1978년부터 하와이 검찰에서 일했다. 2010년 헤네만이 주지사 선거에 도전하며 공백이 생긴 시장 자리에 당선됐으나, 2012년 재도전에서 컥 콜드웰에게 밀려났다.
컥 콜드웰은 백인으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주 하원의원이었으며, 2010년 헤네만이 주지사 선거에 도전하며 시장직을 내놓자 3개월여 임시로 시장대행을 했다. 2012년 선거에서 칼라일, 전 주지사 벤 카예타노, 찰스 드주 등을 힘겹게 물리치고 당선됐다. 콜드웰은 2021년까지 시장을 했다.
2021년 1월부터 호놀룰루 시장은 릭 브랑지아디이다. 브랑지아디는 이태리 이민자 부모의 자녀로 매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났다. 미 해군에서 일하던 부모를 따라 하와이로 왔으며 하와이대학에서 풋볼을 하며 피지컬 에듀케이션과 생물학을 전공했다. 1972-1976년 에는 하와이대학 풋볼팀의 어시스턴트 코치를 했다. 1977년부터는 하와이 로컬 TV KGMB에서 일을 시작하며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그 후 2020년까지 하와이와 본토의 여러 방송국에서 일했고, 방송계를 은퇴한 후 2020년 호놀룰루 시장 선거를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24년간 하와이에 살면서 참 많은 정치인들이 도전하고, 당선되고, 낙선하는 것을 봐왔다. 물론 예외인 사람도 있긴 하지만, 한번 정치에 도전해 관직을 했던 사람들은 매번 선거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것 같다. 한두 번 실패한 이후 그걸 교훈 삼아 결국 원하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몇 차례 도전하다 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가장 보기 안 좋은 부류는 이제 자신의 시대가 지났음에도 아직도 가능한다고 믿고 계속 도전하다가 매년 쓴맛을 보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