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콜로라도 로키 1 (2021)

코로나 시대의 여행

by Blue Bird
Resized_20211024_131804.jpeg 콜로라도 로키 마운틴을 달리며


몸이 근질근질하다. 여행을 간지가 2년이 됐다. 2019년에 2주간 유럽여행을 다녀온 이후 1년 후에 또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터진 것이다. 코비드 19 이 2019년 말에 시작돼 2021년 하반기에도 여전히 창궐하고 있기에 여행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코비드는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이제 코비드가 미치지 않는 곳은 아무 데도 없는 것 같다. 일상생활도 많이 달라졌고, 타인에 대한 접근 태도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일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고통스러운 듯하다. 처음엔 일을 하러 나가지 않으니 참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런 날이 길어지고 수입도 감소하니 이제는 빨리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코비드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집에만 있으니 더욱 답답했다.


코비드에 아랑곳 않고 거의 5개월째 여행 중인 세라가 뉴욕에서 버몬트로 일주일간 간다는 연락이 왔다. 10월 중순이라 단풍이 절정인 때이고 그 아름다움이 최고로 손꼽히는 버몬트다. 소피에게 우리도 여행을 가자고 말했다. 직장일에 치어 소피도 휴식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았다. 나는 2주일 전에 운동을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지만 거의 다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소피는 휴가를 내면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한국에 가려면 항공요금도 두 배일뿐 아니라 코비드 관련 절차도 복잡하다. 그래서 미국 내로 1주일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처음엔 일정을 11월 초로 잡았다. 그때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을 찾으니 많지 않았다. 너무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후보로 떠오른 곳이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였다. 캘리포니아는 샌프란시스코로 들어가서 요세미티 쪽으로 갔다가 레이크 타호를 들러서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뉴멕시코는 앨버커키로 들어가서 산타페를 구경하고 앨버커키 공항에서 돌아오는 일정이다. 샌프란시스코나 앨버커키로 출입을 하는 이유는 순전히 항공요금 때문이다. 마음이 요세미티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세미티로 왕복하는 운전이 너무 멀어 요세미티에서 좀 더 가까우면서 항공료도 괜찮은 새크라멘토가 눈에 띄었다. 새크라멘토로 들어가서 차를 빌리면 요세미티도 레이크 타호도 2시간 정도의 거리다. 그렇게 일정을 짰다. 취소가 가능한 호텔은 예약했고 항공권은 아직 예약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갑자기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이 올까 봐 항공권 예약을 최대한 미루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요세미티와 레이크 타호 여행 중 날씨를 보니 비 오는 날이 많았다. 여행 중 비 오면 많은 제약이 있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출발 일정을 일주일 앞당기고 행선지도 변경했다. 결국 일정이 확정된 건 항공권을 티켓팅한 10월 19일이다. 최종 확정된 이번 여행 목적지는 콜로라도 덴버다. 그중 가장 핵심은 로키 마운틴이다. 출발을 불과 4일 앞두고 일정을 확정한 것이다. 그에 맞추어 호텔과 랜트카를 다시 예약했다. 그렇게 많은 준비 없이 떠나게 됐다. 10월 23일 출발해 31일에 돌아오는 8박 9일 일정으로.


가방은 떠나기 하루 전에 쌌다. 하와이에 살기에 겨울 옷이 거의 없지만 2년 전에 유럽여행 갈 때 입었던 것들을 다시 꺼냈다. 소피는 사진 찍으면 똑같은 옷만 나온다며 노스트롬 랙에서 두세 개의 옷을 샀다. 나는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날씨를 확인해보니 기온이 최저 화씨 30도, 최고 70도 정도다. 항상 70도 이상인 하와이에 사는 우리로서는 30 도면 상당히 추운 날씨다. 화씨 32도가 섭씨 0도니 새벽에는 영하로 내려가는 셈이다.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두꺼운 점퍼를 챙겼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혹시 몰라 귀를 감싸는 모자가 있길래 그것도 챙겼다. 그래도 가방은 가뿐했다. 체크인할 캐리어 한 개와 직접 캐리 할 캐리어 하나다. 항공기는 갈 때는 LA에서 1시간 30분 레이 오버하고, 올 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레이오버한다. 항공기에서는 식사 제공을 안 하고 사 먹는 것이다. 소피가 집에서 계란말이와 토마토를 넣어 간단한 도시락을 만들었다. 토요일 아침 8시 35분 유나이티드 항공. 우리는 2시간 전 도착을 위해 집에서 6시 15분에 출발했다. 집에서 호놀룰루 공항까지는 택시로 15분 정도 거리다.


공항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집에서 이미 티켓팅을 해왔으므로 키오스크에서 체크인할 캐리어의 스티커만 인쇄해 간단히 부쳤다. TSA 체크포인트를 통과하고 나서도 1시간 이상 시간이 남았다. 일찌감치 게이트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기내에서 마실 물도 한병 사고, 올해도 떠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전화기로 시간을 때우면서 보딩이 시작되기 기다렸다.


참고. 여전히 코비드 상황이라 호놀룰루 공항에서는 항상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 콜로라도에 들어갈 때는 백신을 맞았건 안 맞았건 아무런 상관이 없고 검사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와이에 들어올 때는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미리 하와이주 웹사이트에 등록을 해두어야 한다. 관련 웹사이트는 https://hawaiicovid19.com/ 소피와 나는 이미 화이자로 2번의 접종을 마친 상태라 이 웹사이트를 통해 등록해 두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