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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n 26. 2020

한국 방문 (2005)

2020년에 돌아보는 2005년 여행

2005년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는 2주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업무차 간 것이다. 유학으로 미국에 온 이후 3번째 한국 방문이었다. 먼저 두 번의 방문은 한 번은 비자 때문에, 또 한 번은 장례식 때문에 간 것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업무 때문에 간 것이라 가족여행은 아니다. 또 일정 중에는 금강산 관광도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못 가봤던 금강산에 미국에 와서야 간 것이니 아이러니다. 지금은 또 금강산 관광이 중지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많이 달라졌다. 김포에서 인천으로 공항도 변했고, 길도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사람의 변화가 가장 컸다.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첫 직장에 20여 명의 입사동기가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아직도 같은 회사에 남아 있었다. 15년을 근무한 것이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모두들 의욕이 넘쳤다. 잘 나가는 회사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7년을 다니고 미국으로 나왔지만, 평생을 다닐 것 같은 동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15년이 흐르니 단 한 명 만이 남은 것이다. 근무연수가 오래되다 보니 그 친구는 이제 관리자 직급으로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잠시 얘기를 들어보니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지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다. 직장생활의 한계다.


사장이 된 친구들도 많았다. 큰 회사 뛰쳐나와 자기만의 것을 일군 것이다. 길 가다 "사장님하고 부르면 여럿이 돌아본다는 말" 웃자는 소리만은 아닌 듯하다. 여자들은 예전에 비해 예뻐진 것 같다. 성형수술을 유행처럼 한다고 하는데, 그 덕일까? 외모지상주의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그런 사회에서 남들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달라졌다. 이건 한국이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 세월이 흐르면서 둘 다 달라졌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금강산에 가기 전에는 기대가 컸다. 금강산에 가서는 적잖은 실망을 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금강산은 다른 산과 다를 바 없고 물이 바닥까지 그냥 보일 정도로 맑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물론 잠시 정해진 코스대로 다녀온 금강산하고, 배낭을 짊어지고 몇 박 며칠을 다녀오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북한에 들어갈 때 버스에 올라탄 북한 군인들의 매서운 눈초리. 여권, 셀룰러, 녹음기를 맡겨두어야 하는 점. 산 곳곳에서 옛날 시장처럼 잡다한 물건을 파는 북한 여자들.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남쪽, 북쪽이라는 말을 사용해달라는 안내원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한국을 다녀온 지 몇 년 후 그 나머지 한 명의 동기도 퇴사했다. 그 친구는 이제 업종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잘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회사가 그 친구의 평생을 책임져줄 것이 아닌 바에야 그가 가야 할 길이었을 것이다. 나이 들면 회사에 남아있기가 매우 어렵다. 나가서도 뭔가를 시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가능하면 일찍 자신의 전문분야를 구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자신이 하던 일과 관련되어 있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 놓는 것이든 상관없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냉정하다. 회사와 개인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게약을 맺고 있는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직원의 능력이 뛰어나면 회사는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계약을 맺는 것이고, 능력이 요구에 미치지 못할 때는 가차 없이 계약이 끝나는 것이다. 회사에 다닐 때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능력이 뛰어나면 언제든 다른 회사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계약관계는 회사든 개인이든 언제든 끝낼 수 있다. 그래서 개인은 언제든 계약관계가 끝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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