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Bird Jul 14. 2020

캐나다 로키 여행 1 (2009)

2020년에 돌아보는 2009년 여행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줄곧 미국의 서부와 동부를 다녀왔다. 굳이 미국 밖을 벗어나지 않아도 미국 내에서도 아직 안 가본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9년에는 캐나다 로키로 행선지를 정했다. 처음부터 캐나다에 가야지 하고 정한 게 아니라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다 보니 우연히 정해진 거다. 미국에서 볼 때 캐나다는 외국이긴 하지만 외국 같지 않은 나라다. 이웃나라여서 여권이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캐나다 로키가 있는 앨버타주는 미국 동부보다 훨씬 가깝다. 산과 호수, 대자연의 품을 마음껏 달렸던 캐나다, 로키 여행기를 시작한다. 




캐나다, 밴프에서 재스퍼 가는 길


올해도 다녀왔다. 몇 년 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가족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은 후부터 계속되는 여행이다. 올해도 갈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무사히 다녀왔음에 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이런 여행이 있기에 나는, 또 우리 가족은 일 년을 버틸 수 있다. 물론 안 가도 살아갈 수는 있지만, 안 가면 일상생활에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너무 무거워진다. 다녀오면 주머니가 확연히 가벼워지지만 여행에서 쓴 돈은 아깝지 않다. 낯선 도시, 낯선 자연에서의 경험이 여행비를 보상하고도 남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체력과 돈이 드는 여행, 갈 수 있을 때 가야지, 이것도 시기를 놓치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 그래서 떠났다. 몸은 피곤하지만 머리는 상쾌하게 돌아왔다.


이번 여행기간은 09년 6월 12일(금요일)부터 6월 21일까지, 지난번보다 길었다. 여행은 두 달 전부터 계획에 들어갔고 한 달 반 전에 항공권을 끊었다. 처음 계획할 때는 알래스카를 갈 생각이었다. 세라의 소원인 눈을 마음껏 보여주기 위해서. 그래서 일단 크루즈와 육상 여행을 놓고 리서치하다가 크루즈가 오히려 경제적이면서 처음 경험이라 그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알래스카 크루즈는 주로 워싱턴주 시애틀이나 캐나다 밴쿠버에서 출발하는 노선이 많다. 작년에 시애틀에 다녀왔기 때문에 올해는 알래스카 가는 김에 밴쿠버에도 들릴 생각으로 밴쿠버 일정에 맞는 호놀룰루-밴쿠버 왕복 항공권을 덜커덩 예약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라와 소피에게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항공권 예약을 한 이후 둘의 의견을 들어보니 세라는 알래스카 크루즈를 좋아했다. 소피는 크루즈는 좀 지루할 것 같다며 밴쿠버 여행이 더 낫지 않겠냐고 했다. 동감이다. 크루즈는 우리가 좀 더 나이 든 후에도 할 수 있는 너무 편안한 여행이 될 듯싶다. 아직은 우리가 모든 걸 헤쳐나가야 하는 자유여행이 더 좋다. 그러면 갈 때의 항공권을 알래스카로 바꿔야 하나? 아니다 캐나다에도 볼 것이 많다. 캐다나 쪽으로 좀 더 리서치를 한 결과 '캐나디안 로키'라는 숨은 진주를 만났다. 사실 리서치하기 전까지만 해도 로키는 미국의 중부 어디쯤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로키는 미국이란 나라, 또는 캐나다라는 한 나라에 속하기에는 너무나 큰 거물이었다. 캐나다의 로키, 이번 여행은 바로 여기다.  


캐나다 로키를 가장 손쉽게 여행하는 방법은 앨버타주 캘거리 공항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세계 10대 비경이라는 루이스 호수를 가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공항이 캘거리다. 그렇게 루이스 호수가 있는 밴프를 거쳐 제스퍼에 다녀오는 것이 가장 쉬운 여행일 듯싶다. 하지만 우리는 이왕 캐나다까지 갔는데 밴쿠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밴쿠버에서 로키로 가는 길을 마구 달리고도 싶었다. 밴쿠버에서 가까운 빅토리아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짠 일정이 호놀룰루 출발-밴쿠버-캠룹-밴프-제스퍼-빅토리아-밴쿠버-호놀룰루 도착이다. 밴쿠버에서 로키까지 차로 쉬지 않고 달려서 10시간이고 운전은 나 혼자 해야 하니 고생이 눈앞에 보였다. 그래도 좋았다. 여행은 행복한 고생길 아닌가.


여행 준비.

우리 가족의 여행 준비는 크게 항공권, 호텔, 랜트카로 나뉜다. 항공권은 일찍 끊을수록 싸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관계로 이미 끊어놨다. 호텔은 날짜가 다가 올 수록 비싸질 수도 있고 반대로 싸질 수도 있으니 수시로 여러 호텔을 대상으로 가격을 체크해봐야 한다. 여행 2주 전쯤 일정에 따라 밴프에서의 이틀 밤을 인터넷으로 예약했고, 1주 전쯤 밴쿠버의 이틀은 한인 운영 민박집으로 잡았다. 가기 이틀 전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어 첫날밤을 캠룹의 할러데이 인으로 잡았다. 호텔을 잡기 어려운 것은 그날그날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을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피곤해서 운전하기 어려운데 아직도 수시간 이상 거리의 호텔을 예약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야 한다면 고역이다. 그래서 나머지는 가면서 잡기로 했다. 한 명이나 두 명이 당일로 하룻밤 머물 곳을 잡기는 쉽지만 세명으로 불어나면 침대 두 개가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도 어쩌랴. 나머지 호텔은 가면서 잡는 수밖에. 랜트카도 일주일 전쯤 알라모에서 예약했다.


이번에는 GPS를 아예 샀다. 랜트카 회사에서 빌리면 하루에 10달러씩 내야 하는데 9일이면 90달러다. 차라리 하나 사는 게 낫겠다 싶어서 300달러 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세일하기에 149달러에 장만했다. 외국 여행이니 여권과 영주권도 챙겨야 한다. 여름이지만 추운 곳이니 두꺼운 옷도 한 벌씩 챙기고, 아침 먹을 식량으로 햇반, 컵라면, 김, 고추장 이런 것들을 약간씩 챙겼다. 이제 해야 할 것은 자유롭게 떠나는 것뿐이다.




여행지를 결정하는 게 의외로 어렵지 않다. 꼭 어디를 가고 싶다면 그곳을 선택하면 되지만, 여행을 가는 것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좋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그런 것 같다. 구글 지도에서 지명을 찾아보고 확대해서 들어가 보면 그곳을 지도상이 아니라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그래서 지도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금 우리 집 거실에는 미국 지도와 세계지도가 나란히 벽에 붙여져 있다. 뉴스든 책에서든 지명이 나오면 지도에 눈이 간다. 저기는 또 언제 가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 방문 (200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