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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Bird Jul 15. 2020

캐나다 로키 여행 2

2020년에 돌아보는 2009년 여행

캐나다 밴쿠버항 입구에 있는 한 상점 문구

기다리던 캐나다 여행, 오늘이 출발 날짜다. 출발은 밤 11시. 거의 하루를 다 보낸 후에 항공기를 타야 하지만 마음은 아침부터 바빴다. 회사일도 몇 가지 더 정리해야 하고, 대충 싸놓은 가방도 마저 꾸려야 한다. 단 9일간 다녀오는 데도 정리할 일, 할 일이 참 많다. 어디 멀리 몇 달간, 몇 년간 떠난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정리를 해야 할까. 심플하게 산다고 사는데도 뭐가 그리 널려있는 것이 많은지... 


퇴근시간보다 1시간 반 정도 먼저 나왔다. 마침 소피가 그때 퇴근할 수 있다고 해서 퇴근길에 픽업해 한 두 가지 준비물을 산후 집으로 돌아왔다. 준비를 한다고 해도 항상 마지막까지 못한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도 준비를 못하면 현지 조달이라는 마지막 방법이 있으니 걱정은 없다.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다. 

저녁을 먹고, 가방을 마저 싸고, 택시를 불러 호놀룰루 공항에 두 시간 전에 도착했다. 여기서 한 가지 팁. 항공기를 탈 때는 최대한 편한 복장을 하라. 특히 밤 비행기를 탄다면 거의 항공기 내에서 수 시간 동안 앉아있거나, 앉아서 잠을 자야 한다. 남들 보기 민망하지 않을 정도에서 최대한 편한 복장이 제일이다. 나는 집에서 좀 추울 때 입는 긴 바지에 잠잘 때 입는 티셔츠, 슬리퍼를 신고 점퍼를 하나 걸쳤다. 소피와 세라도 운동복 비슷한 긴 바지와 편안 윗도리, 점퍼, 슬리퍼 차림이다. 세라는 베개로도 쓸 수 있고 얼굴에 덮을 수도 있는 거북이 모양의 쿠션까지 챙겼다. 


가방 세 개를 부치고 검색 구역을 통과해 공항 라운지에 앉은 시각은 출발 30분 전이다. 이제 30분 후면 밴쿠버로 출발한다. 나는 비행기에서 잠을 잘 못 자 밤 비행기가 싫지만 그래도 할 수 없다. 밤 비행기로 가면 하루가 절약된다. 에어 캐나다 호놀룰루-밴쿠버 왕복 비행기는 좀 큰 편이다. 각 좌석마다 스크린이 붙어있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대로 볼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음.... 역시 늙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딸이 친구와 둘이서 프랑스로 놀러 갔다가 납치당해 인신매매 조직에 넘어가자 스페셜 에이전트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아빠가 직접 날아가 구하는 스토리다. 나도 딸 하나가 있는데 저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영화의 주인공처렴 힘도 능력도 없는데... 이런 생각을 하다가. "아참, 저건 영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이다. 현실에서 저 영화의 주인공 아빠만 한 힘과 능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휴~ 괜히 걱정했다. 


그러는 사이 잠 한숨 못 자고 - 도착하기 바로 전 30분 정도 눈을 붙인 게 전부다, 진짜 피곤하다 - 항공기는 오전 6시 40분 밴쿠버 공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공항에서 나온 것이 9시쯤이었으니 어떻게 된 건가? 공항에서 2시간 20분 동안 뭐했지?

가방 찾고,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랜트카 회사로 가서 차 빌리고... 이런 일에 2시간 20분이나 시간을 썼다. 나오는 길에 "오늘 내로 공항에서 나올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더니 세라가 재미있어한다. 영어에도 그런 표현이 있을까?


차는 알라모에서 프리미엄으로 예약을 했는데, 랜트카 회사 직원이 "Luxury car is same price, so I'll give you luxury. Please, find your car at number XXX" 라며 키를 건네준다. 원래는 럭셔리차가 더 비싼데 왜 이걸 주는 걸까? 키를 받아 들고 차로 가면서 머리를 굴려본 결과 내가 예약한 프리미엄급 차가 현재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똑같은 말도 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다. 

막상 차를 보니 좀 부담이 됐다. 링컨 MKX로 총 주행거리가 200여 km 정도밖에 안된 새 차다. 음 만약에 사고가 났을 경우 보험료가 많이 올라가겠구먼.... 개스도 무진장 먹겠군... 그래도 일단 차는 마음이 든다. 운전 느낌이 묵직하다. 의자를 뜨겁게 하는 기능도 차갑게 하는 기능도 있다. 돌아올 때 마일리지가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의자의 다양한 각도를 맞추며, 각 버튼의 기능을 확인하며, 그렇게 밴쿠버 공항을 서서히 빠져나왔다. 


토요일 오전 9시. 캐나다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캐나다는 이때 처음 갔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다시 가본 적이 없다. 동부의 퀘벡에 한 번 가보려고 생각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 실천하지는 못했다. 한 번 가본 캐나다의 인상은 '맑고 깨끗함'이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의 밴쿠버 인근 지역과 앨버타주의 로키산맥 주변부만 직접 보고 갖게 된 인상이다. 그리고 나는 여름철에 갔으니 겨울철에 가는 것과도 느낌이 많이 다를 것이다. 우리는 어딘가를 단 며칠간 여행하고는 그 지역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거나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알고 있는 것과 그 지역을 잠시 여행하고 돌아가는 여행객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크게 다를 것이다. 

기회가 되면 중남미 지역도 가보고 싶다. 중남미 지역은 짧게 돌아볼만한 곳은 아닌 듯하다.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을 때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직 남겨두고 있다. 중남미 여행은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로울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안전할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단체여행을 가는 것이라면 별 문제없겠지만, 차를 빌리거나 대중교통으로 돌아다니기에 괜찮을지 모르겠다. 가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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