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함께 춤을" 케빈 코스트너 주연으로 1991년 개봉되어 히트 쳤던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미군 던바 중위가 인디언 보호지역의 수오족 인디언들과의 교류하며 백인 인디언 여자와 결혼하고 동화되어 가는 이야기의 영화였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고뇌하는 인간인 던바의 모습보다 영화의 제목으로 쓰인 던바 중위의 인디언식 이름인 Dances with Wolves (늑대와 함께 춤을)부터 수오족 족장인 열 마리 곰 (Ten Bears), 현명하고 인자한 새 걷어차기 (Kicking of Birds), 그리고 늑대와 춤을 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 인디언 여인인 주먹 쥐고 일어서 (Stands with a Fist)와 같은 직설적이면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인디언식 작명법이었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 "늑대와 함께 춤을" 1991년, @Naver Movie
미국의 독립과 민주주의, 미합중국의 근간과 정신을 만들어온 미국의 정신적인 지주들이자 존경받는 네 명의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큰 바위 얼굴로 조각한 사우스 다코다의 러시모어 국립기념관의 인접한 곳에는 미국이 있기 전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이자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을 기리는 대규모 토목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바로 사우스 다코타의 또 하나의 명소인 크레이지 홀스 (Crazy Horse)가 있다.
사우스 다코타의 인디언상인 크레이지 홀스
뜻 그대로 직역하자면 미친 말인데 인디언식 작명법을 비추어 볼 때 그 보단 성난 말이란 의역이 더 맞을듯하다. 인디언들의 용감한 우상이었던 족장이 새겨지고 있는 곳으로 언젠가 TV에서 그 광경을 보고 감탄했던 곳이다. 바로 그 크레이지 홀스가 큰 바위 얼굴이 있는 러시모어산과 이토록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여행을 계획하면서 알게 되었다.
크레이지 홀스 이정표
크레이지 홀스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간절한 바람으로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도 아직도 제작 중이다. 러시모어 미국 백인 대통령 큰 바위 얼굴의 10배 규모라고 하는데 멀리서 봐도 정말 상당한 크기였다.
암석산 전체에 조각중인 크레이지 홀스
어느 시대나 어떤 침략국이나 정당성을 강조하고 뿌리까지 반대, 반란의 씨앗을 말살시키기 위한 방법에는 어김없이 문화 말살 정책이 쓰인다. 언젠가 서울역 노숙자들의 서열다툼 드라마에서 노숙자의 무너진 자존감을 세우고 자립심을 길러주려는 이인자의 반란에 계속 그냥 노숙자로 삥이나 뜯고 구걸이나 하는 노숙 개미집단의 유지를 위해 일인자가 쓴 방법이 그들이 굳이 애써 힘을 쓰지 않고도 안빈낙도할 수 있게 매일같이 먹거리와 술을 제공했던 것처럼ᆢ 미국이 토착 아메리칸 인디언의 정신과 기개를 꺾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무상 지원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그냥 담배나 말아 피며 약에 취해 삶이 망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을 유지하고 성취를 위한 노력도 자녀를 위한 교육도 필요 없는 집단이 되어가서 이제는 쇠퇴하고 그 수가 소멸될 뿐 아니라 인디언의 전통과 정신, 그 험한 불모지에서도 자연과 동화되고 또는 이겨내며 살아온 기개마저 퇴색되어버렸다. 이런 것이 아쉬워 뜻있는 인디언들의 의지로 시작한 것이 바로 크레이지 홀스인 존경하는 조상을 조각으로 영원히 새기어 남기는 사업이었다.
그러니 그 뜻에 따라 인디언들은 미 연방정부, 주정부 어느 곳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들만의 모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어 그 진척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팬데믹 이슈로 인해 그 진행이 더 더뎌질 것이 우려된다.
완성이 되면 왼쪽과 같은 기개 가득한 크레이지 홀스가 되리라. 조각된 성난말의 얼굴 모습 @Google
아직 말의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지만 실제 완성이 되면 왼쪽의 대리석상처럼 말을 타고 기개 충천한 크레이지 홀스의 모습이 될 것이다. 얼른 세계 최고의 석상이 완성되길 빌어본다.
입장 권외에 1인당 4달러의 기부로 25분간의 투어를 할 수 있다. 이런 기부가 모여 건설비에 활용된다. 더불어 박물관엔 완성된 모습의 또 다른 조형물과 인디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고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물풍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구경은 필수 기부를 위한 쇼핑도 오픈 마인드로 방문하면 좋겠다.
크레이지 홀스 박물관
어느 민족, 어느 나라이든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은 소중히 존중받아야겠다. 무엇보다도 후대에 크레이지 홀스처럼 좋게 회자되는 조상이자 인물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그를 위해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그러기 위해 스스로를 이기자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