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배낭여행을 갈 무렵 국내 대형 여행사에 장기 근속중이시던 고모부께 선물로 받았던 가방이었다. 빨간색 캐리어에는 바퀴가 달리고 핸들이 있어 끌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면서 등판에는 어깨끈이 있어 이를 이용해서 배낭처럼 양쪽으로 멜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여행을 다녀보셔서 알겠지만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 쉽지 않은 계단이나 유럽의 고르지 않은 바닥, 자연 그대로의 울퉁불퉁 길에서도 편히 이동하기 위하여 제작된 하이브리드 캐리어였다.
무엇보다도 필자의 소중한 재산 목록이 되었던 이유는 태극기 하나 달고 시작한 여행에서 방문 도시마다 구할 수 있을때 때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애매한 여유시간과 안전한 장소만 확보되면 실제 노숙까지 감행하며 다녔던 40일간의 배낭여행동안 돈을 들여가며 사서 직접 들고 다니던 반짓고리 (원래는 위장이 안 좋아 잘 체해서 응급으로 따기 위해서 가지고 다님)를 이용해 한땀 한땀 바느질하여 붙였던 도시 패치가 가방의 앞뒤좌우로 하나씩 늘어가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고 또 점점더 소중한 재산 목록의 상위를 차지했던 가방이었다.
캐리어에 한땀한땀 패치를 부착하여 만든 필자의 자산
어느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점점 늘어가는 짐 속에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것이고 눈치밥을 꽤나 먹고 있는 신세이지만 누구나 남들에게 그런 존재이지만 자신에겐 너무 소중한 재산 목록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여행 이야기에서 여행의 의미를 빼고도 내 인생의 소중한 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