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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작가 Dec 27. 2019

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말이 되는 건가요?

연구에 너무 몰두하기 싫은 어느 날.


나는 친한 동생 민우를 데리고 커피나 한잔할 겸 연구소를 나왔다.


그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엄청난 화젯거리였다.


역시나 우리의 대화도 그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 보자,



커피를 마시다가 민우는 대뜸,


“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말이 되는 건가요? 저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요.”


나는 대답했다.

“음...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


민우는 더욱 열을 올려 이야기를 했다.


“형, 나는 S대에 들어가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리고 기업 채용시험에 통과해서 정규직이 됐어요.”


“그런데, 그들은 그런 노력도 안 하고 정규직이 되는 거잖아요.”


“과정이 다른데, 결과는 왜 동일해야 하는 거죠?”


나는 끄덕이며, 민우의 의견을 경청했다.


당시 나는  자리에서 어떤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연구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연구과제를 제쳐두고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경제학자인 내가 생각하기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주로 언급되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합리적이게 보인다.


다시 말하면,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면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 그들의 노동이 동일한가?’, ’ 개별 노동이 동일한지 확인하고 측정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아마도 민우, 정규직의 노동생산성이 비정규직보다 높을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또, 동일할 수 있다.


사실 모를 일이다.


만약,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다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동일한 노동을 제공한다고 해서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동일한 노동을 제공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동일한 임금을 주는 것이 맞는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비정규직에게 보다 낮은 임금을 주자는 말이 아니다.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가장 큰 차이는 고용안정성인데, 비정규직은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이 좋지 못하다.


동일한 노동을 제공한다고 가정할 때, 비정규직은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고용시장에서 사용자는

'비정규직의 위험부담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고 있는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정규직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비정규직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결국, 사용자가 그들에게 맞는 노동 역할, 대우 등을 제공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민우, 정규직에게 비정규직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을 시켰더라면, 다른 노동 역할을 주었다면 어땠을까?


정규직, 비정규직에 대한 대우 차이가 인정되고,

정규직의 노력이 상대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에게 동일 노동을 시켰다고 가정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직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방법은 어떨까?


정규직에게 맞는 노동 역할을 부여하고, 비정규직에게도 그들에게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동일한 노동을 시킬 수밖에 없다면,


비정규직, 계약직에게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주면 된다.


이러한 방법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령,


비정규직, 계약직이 어떤 경쟁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정규직의 신분을 갖고 싶다면,


비정규직에게 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주고,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추가 임금분을 차감하고 정규직 노력분을 차감한 임금을 주면 된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노동자는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어떤가?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과정이 다른데, 결과는  동일하다.'라는 인식이 한국 사회에 자리 잡게 된다면,


 누구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것이고 국가 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보상이 있어라는 동기부여가 '없는' 한국은 미래가 없다고   있다.

(지금 한국은 서서히 이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에필로그(epilogue)


민우는 대화 도중에 정색하며, 말했다.


”형! 같은 노동을 하는데, 왜 제가 임금을 더 적게 받아야 하죠!?”


내가 말했다.

“그들은 안정적이지 않잖아, 그걸 고려해줘야지 너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잖아.”



개인적으로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A형, B형을 고르는 것처럼 살아감에 있어 선택의 문제니깐 말이다.


정규직, 비정규직에 대한 적절한 노동 역할과 대우가  마련된다면, 지금의 단어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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