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

by 용수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확 풀어지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때가 별로 없어진다. 집에 혼자 있을 때 물론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잠깐이다. 갑자기 온갖 잡생각이 들 때도 있고 문득 생각난 걱정거리에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에이 모르겠다' 하면서 드러누웠다가도 몇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워있는 내 모습이 한심해지기도 한다.


여행을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좋은 숙소에 몸을 뉘었을 때 편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도 이내 사라진다. 여행의 끝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 또한 곧 끝나겠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되겠지 생각하며 일상을 생각하다가 마음이 살짝 가라앉는다. 억지로 지금 이 순간을 망치지 말자 툭툭 털어낸다.


맛있는 걸 먹을 때 텅 빈 위가 채워진 느낌이 들 때 편안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첫 입을 먹을 때 만족감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위가 점점 채워질 때마다 그 만족감과 편안함은 반이 되고 반의 반이 된다. 배가 너무 부르면 또 불편해진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더 잘 느껴지는 그리고 비교적 오랫동안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다. 본가에서 소파에 엄마 밥을 기다릴 때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이 그저 편안함만이 남는다. 엄마랑 같이 살 때는 몰랐던 느낌이다. 오랜만에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또 꺼내준 과일을 먹고 그렇게 배가 터지듯 먹는데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별일 아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티브이를 본다. 특별한 게 없어도 그냥 완전한 쉼, 온몸이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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