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

구의 증명 - 최진영

by 용수



예전에 독서모임 멤버를 통해 알게 된 책 '구의 증명' 꽤 파격적인 소재라서 궁금했었는데 최근에 sns에서 추천한다는 글을 보고는 읽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파격적인 소재라는 것은 자신의 연인이 죽고 그 시체를 뜯어먹는다는 것. 그거 하나였다. 그 끔찍한 소재의 소설이 왜 이렇게 유명한지 궁금했다.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읽으면서 충격적이라던가 끔찍하다, 잔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아프고 아련했다. 어렸을 적부터 쭉 붙어 다니며 연인이라는 관계보다 더 깊은 관계인 구와 담의 이야기였다. 연인보다 더 깊은 관계는 그 사람이 바로 나고, 내가 그 사람이라는 것인데 구와 담은 그런 관계였다. 서로 설명이 필요 없는 관계였다.


구의 죽음을 맞으며 담은 자신만의 장례 방식으로 구를 뜯어먹기 시작한다. 화장을 하면 사라져버리고 마는 그런 방식이 담은 싫었다. 구는 죽었지만 담은 구를 먹으면서 자신 안에 남기기로 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담의 마지막 말. 차라리 자신이 죽는 게 낫다는 말에서 깊은 상실감이 느껴졌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상실감이었다. 담의 그런 상실감이 구를 먹게 했다.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는 상실감이었다.

구는 죽는 순간까지 생각했다. 희망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있었지만 담이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죽고 싶지 않았다. 구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상실감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죽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구는 죽고 나서 담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언젠가 네가 죽는다면, 그때가 천 년 후라면 좋겠다고. 오래오래 자신을 기억하고 살아주기를 바라고 자신 또한 그만큼 오래 담의 곁에서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구는 담의 옆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구의 세계엔 담이 없다. 담의 세계에도 구가 없다. 구는 죽으면 죽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담의 곁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죽으면 자신에게 가장 간절한 사람 곁에 머무른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래서 담이 죽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죽으면 혹시 만나지 못할까 봐 담이 살아있는 동안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는 구의 그 마음도 절절하게 느껴졌다.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를 끝없이 기다린 다는 것. 구가 죽어버린 지금도 구를 기다리는 담. 구도 그런 담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다시 만나는 날을 끊임없이 기다릴 것이다.


생각했던 것만큼 어두웠던 소설이지만 사랑하는 이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상실감, 절절함이 인상적이 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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