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이 다가오면서 귀찮을 때마다 몸 컨디션 탓을 하게 된다.
휴직을 한 직후에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 가거나 카페에 가서 내가 이제껏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하루하루 알차게 보낸다는 기분이 마음에 들었다. 시간의 소중함을 결코 잊지 않겠다면서 다짐하고 부지런히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그런데 그 유효기간이 또 그리 길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다짐했는데 그런 부지런한 생활은 두 달도 못 갔다.
슬슬 출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날은 아기 빨래를 하고 어느 날은 집 청소를 하고 어느 날은 아기 침대 세팅을 했다. 그런 날들은 지쳐서 책을 읽지 못했고 글을 쓰지 못했고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런 날들이 2주 정도 지나고 다시 할 일을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여전히 피곤하고 귀찮았다. 그래서 늘어지는 날들이 계속 됐다.
그럴 때마다 이건 나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나의 몸, 나의 호르몬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 나에겐 그보다 좋은 핑계가 없었다. 조금의 영향은 물론 있겠지만 몇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만큼의 그 정도의 문제는 아니었다.
안정도 쉬는 것도 물론 지금 가장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없을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원래 다짐이란 게 수없이 반복하고 수없이 꺾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없이 꺾임에도 다시 또 다짐하는 것. 그래서 하루라도 내가 한 다짐처럼 사는 것이다. 하루 만에 꺾일지도 며칠 만에 꺾일지도 모르지만 그럼 또 다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