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역시는 역시다

by 용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를 드디어 읽었다.



이 책을 알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아마 중학생 때 한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서 지나가는 말로 이 책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도 성인이 되어서도 상실의 시대를 읽어버려고 몇 번 시도했던 것 같은데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아마 그때는 독서에 흥미도 없을뿐더러 책의 두께에 압도당해서 더 읽기 싫었을지도.. 최근에 책장 한구석에 처박혀있던 이 책을 발견하고는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고 펼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해변의 카프카는 읽어봤는데 그 세 책을 읽을 때와 읽고 나서의 내 느낌은 다 비슷했다. 하루키 만의 느낌이 있었다. 인물별로 왔다 갔다 하는 전개, 뭔가 또렷하지 않은 분위기와 모호한 표현 등 읽으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는 혼란스러운 기분도 든 적이 많다.



그런데 상실의 시대는 달랐다. 앞서 말한 책들보다 명확한 표현,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였다. 물론 표현의 차이도 있겠지만 뭐가 다를까 생각해 봤을 때, 상실의 시대의 스토리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얘기들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또는 겪어본 적 있는 그런 '상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서는 그런 상실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요소로 등장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죽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이별을 해보는 경험을 한다. 나는 그 상실이 이별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을 하고 언젠가는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럼 마음에는 구멍 하나가 뻥 뚫리게 되고 한동안은 그 구멍에 드는 바람 때문에 허전해하고 아파한다. 그러다가 또 어느 순간 그 구멍이 메워지고 치유되며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만나며 그 구멍이 메워지기도 한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고등학생 시절 자신의 절친한 친구 기즈키와 그의 여자친구인 나오코랑 항상 함께 다닌다. 그러다 기즈키는 자살로 그의 생을 마감해버린다. 와타나베가 겪은 첫 번째 상실이다.

그 이후 고향을 떠나온 그는 우연히 나오코를 만나게 되고 기즈키에 대한 상실을 같은 아픔을 가진 나오코를 사랑하며 치유한다. 하지만 나오코는 그 상실에 대한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고 요양원에 가게 되고 결국엔 자살하게 된다. 와타나베의 두 번째 상실이다.

그 상실에 정신을 못 차리고 방황하던 중 나오코와 요양원에서 함께 살던 레이코와의 만남을 통해 나오코에 대한 아픔을 털고 나오코에 대한 마음 때문에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그의 곁에서 어딘가 부족했던 사랑의 감정을 나누던 미도리와 새로운 시작을 하며 두 번째 상실에 대한 아픔을 치유한다.



이 책에서 와타나베는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상실을 두 번이나 경험한다. 하지만 그는 그 상실을 메우고 또 사랑을 하고 치유를 하며 살아간다. 아무런 흔들림 없이는 단단해질 수는 없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서 나아가면 상처는 치유되고 삶은 단단해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 왜 유명한 지 알겠다. 역시는 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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