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쁜 책 표지에 그렇지 않은 제목에 끌렸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힘든 일이 생기면 왜 이렇게 힘들지 불평불만 하기를 잘 한다. 힘든 시기가 오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같고 한없이 우울해지지만 또 나름대로 그 시기를 버텨내며 살고 있다. 그래도 나는 내 인생이 조금 덜 힘들었으면 좋겠고 힘들지 않을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나에게 쇼펜하우어가 하는 말 같았다. "인생은 힘든 게 당연하다"
염세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태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태어났다면 최대한 빨리 죽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그의 책 속 구절들을 살펴보면 그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인간은 피로를 느낀다. 사사로운 움직임마저도 신체적인 부담이다. 이를 견뎌내며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오래도록 관리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좋은 습관이 그 대가라고 할 수 있는데, 좋은 습관을 기르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인내다. 인내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기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깨닫고 그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인내다. 견뎌내지 못할 때까지 버티는 건 멍청한 짓이다. 몸과 마음이 불쾌해지지 않는 기준을 정리해 오래도록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평범한 생활이 나만의 고유한 재능으로 인정받는 날이 온다.
규칙적이지 않은 위대한 생애는 없다. 그 모습이 타인의 눈엔 어떻게 비쳤을지 몰라도 그런 생활이 그에겐 적합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위대해진 것이다 ...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하고 개인적인 일상 속에서만 특별함이 갖춰지는 것이다.
- 시간이 언제나 우리를 기다려 줄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게을리 걸어도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착할 날이 오리라고 기대하지 말라. 하루하루 전력을 다하지 않고는 그날의 보람은 없다. 위대한 인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을 통해 만들어진다.
위대한 인생은 인내와 꾸준함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그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다. 잠깐 노력하고 몰입한다고 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타날 거라는 착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뼈를 맞았다.
- 자신이 원했던 형상 내지는 상태를 획득하는 것을 두고 나는 성숙이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행복은 성숙한 인간이 되는 모든 과정의 연속이다. 따라서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상태와 과정도 행복이다.
나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행복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성숙하기 위해서는 노력, 좌절, 행복 등 많은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 많은 과정들이 모두 행복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그 모든 과정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자체도 행복이라는 것. 행복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 자체가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 사람들이 원하는 나로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사람들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려는 데서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사람들도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나다. 내 인생은 나의 기준대로 나의 방향대로 살아가야 하며 그 선택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소신 있고 굳건하게 걸어가야 한다는 말 같았다.
- 독서는 나를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자극이다. 자극만 받고 이를 표출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 자극에 무뎌진다. 이는 독서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의 필요성, 책을 읽은 후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 이때까지 봤던 독서의 필요성 중 가장 와닿는 문장이다.
- 한 번의 좌절이 하나의 정답으로 귀납되고, 방황의 끝에서 남들에게 없는 나만의 소망이 도출된다. 그렇게 능력과 소양을 채워나가다 보면 나의 천부적 성품과 경험된 지식과 한데 어우러져 세상이 바라보는 나의 진짜 모습이 구현되는 것이다.
- 시련은 전진하는 자의 벗이다. 절망에서 생의 기쁨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파도가 치지 않는 바다처럼 지루한 것이 또 있을까
- 항구를 출발한 배는 필연적으로 파도를 거슬러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태어남은 동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스무 살 이후 멈춰버린 몸의 성장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정신의 성숙이 필요하다. 정신의 성숙이란 의지로써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삶은 기껏해야 두 종류뿐이다. 권태에 시달리든지,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다. 권태도 반복되다 보면 고통이 되고, 잦은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무감각한 권태가 된다. 어차피 인간은 권태로운 존재다. 우리가 기쁨보다 고통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다.
- 두려움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두려움은 치유해야 할 질병이다. 이것은 감기와 같다. 감기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내 몸의 항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감기에 대항하는 유일한 처방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흔들리게 되어있다. 그리고 정신적 성숙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전진할 때면 시련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런 고통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잔잔한 파도 위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곧 권태로워진다. 그 권태로움 또한 시간이 오래 지나면 고통이 된다. 한창 일에 치여서 살 때는 일만 안 하면 모든 것이 다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요즘, 얼마 동안의 기간은 정말로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태가 찾아왔다. 그토록 원했던 편안함이 지겹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인생이 권태 아니면 고통이라고 했나 보다.
시련과 고통이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보다 익숙해지는 것을 택하라는 쇼펜하우어. 익숙해진다면 극복할 필요도 없다.
쇼펜하우어의 뼈 때리는 냉철한 이야기에 그간 힘들 때마다 불평불만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단다. 나약하게 굴지 말라고 호통치는 것 같은 이 책이 그리 편안하지 만은 않았다.
뼈 맞는 이야기도 많았고 성숙과 행복을 위해 고통과 시련은 필수 값이라는 게 썩 유쾌한 사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은 나도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인생에 대한 솔직한 쇼펜하우어의 철학과 시선을 알 수 있었던 책, 그리고 나의 인생에 대한 관점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