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의 첫 번째 날, 기특하다!

by 용수

출산하고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임신 땐 임신을 핑계로 출산 후에는 정신없는 육아를 핑계로 글쓰기를 미루다가 이러다가는 영영 글쓰기를 놓아버리겠구나 싶었다. 결국 오늘 거듭 마음먹고 노트북을 펼쳐 의자에 앉았다.


이렇게 짧은 두줄을 쓰는 동안에도 아기가 앙앙 울어서 달래주고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어쩌면 게시글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언젠가는 글쓰기를 나의 업으로 삼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찾아보는 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 그러려면 당연히 글을 잘 써야 한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누구나 알고 있고 가장 간단한 방법인데 이게 영 쉽지가 않다. 육아를 하지 않을 때도 글쓰기를 하는 것은 어려웠다. 글 쓰는 것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글 쓰려는 결심을 하고 노트북을 펼치기가 어려웠다. 쓸게 없어서 글감이 생기는 날 각 잡고 써야지 하면서 하루 이틀 넘기다 보면 그다음은 더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작년에 매일 아침 글을 짧게라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을 루틴화 했었는데 오히려 그때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쓸게 없어도 '오늘은 쓸게 없다'로 시작하면 아무 말 대잔치라도 어느새 그날 아침의 글은 완성되어 있었다. 매일, 아무 말 대잔치라도, 아무리 짧더라도 안 쓰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매번 무언가를 하겠다며 수십 번 다짐하고 수십 번 어기며 띄엄띄엄 작심삼일 하지만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오늘 또다시 작심삼일의 첫째 날을 시작한 나를 기특해하기로 했다. 그것도 생애 첫 육아로 힘든 와중에..!


육아로 힘든 와중에도 다시 얼른 글을 써야지, 블로그를 해야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보면 나에게 실천할 에너지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에너지는 있지만 귀찮음과 피곤함으로 계속 미룰 뿐이었다. 중간중간 시간이 있을 때 잠을 자는 것은 에너지 충전이라 육아를 하기 위해선 필수지만 매번 잠을 자는 것도 아니었다. 휴대폰을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아기가 자고 있는 소중한 나의 시간에 의미 없이 릴스와 숏츠를 넘기고 있었다. 시간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올해의 내 다짐이 어느새 잊혀 있었다.


꾸준한 글쓰기의 중요성과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한 오늘의 나, 작심삼일의 첫 번째 날을 또다시 시작한 나를 기특히 여기며, 또 시간이 흐른 후에는 육아로 힘든 와중에 이런 다짐을 한 나를 그리고 꾸준함을 지킨 나를 기특해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내 삶을 나답게 사는 법